현장

서울대병원 정규직화 – “20년 만에 역사를 깼다”

국립대병원 무기한 공동파업 기자회견
지방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위해 무기한 공동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정규직화 쟁취의 소식을 생생하게 듣고 싶어 서울대병원에 가서 이연순 민들레분회장 동지를 만났다. 서울대병원(본원, 강남센터, 보라매병원)에서 이번에 간접고용 노동자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서울대병원은 이제 ‘비정규직 없는 병원’에 많이 가까워졌다.

환경미화, 경비, 소아급식, 운전, 사무보조, 주차, 승강기 안내 직종의 614명이 11월 1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서울대병원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의 경우도 서울시와 협의해 2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연순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에서 20년 만에 정규직을 다시 찾아왔다. 20년 전에는 비정규직이 없었다. 20년 만에 역사를 깨뜨렸다. 뿌듯하다.”고 했다.

6,000명 중 5,900명은 정규직

비록 승강기 기술관리, 환자정보 관리를 맡고 있는 100여 명의 정규직화는 관철하지 못했고, 정규직 전환자 중 일부가 ‘환경유지지원직’이라는 신설 별도직군으로 편입되지만,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총 6,000명 남짓 중 5,900명은 정규직이 되는 셈이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2017년에 파업을 통해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다음, 이번에 간접고용 노동자들까지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서울대병원을 주목해 왔던 다른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론 톨게이트, 철도를 비롯한 수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 민간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작은 ‘등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규직과 똑같이 단협 적용

단협을 똑같이 적용받기에 임금이 꽤 오른다. 교통비 15만원, 식대 13만원, 가족수당 4만원(배우자 4만원, 20세 이하 자녀 1인 2만원, 2인 6만원, 3인 10만원), 명절상여금(임금의 50%) 등등.

실제로 계산해 보면 기존에 연 2,200만원을 받았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 후 2,600만원으로 임금이 400만 원가량 오른다(약 20% 인상).

유급 병가를 2개월 동안 쓸 수도 있다. 연금을 10년 이상 부을 수 있는 사람은 국민연금보다 더 나은 사학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올 여름 초복 때 병원 측이 수박을 정규직에게는 5명당 한 통씩 주고, 비정규직 181명에게는 고작 10통만 줬다고 한다. 그래놓고도 정규직에게 수박이 모자라다고 10통 중 4통을 빼앗아가려 했다고 한다. 그래서 “먹는 것 같고도 차별하냐”며 강하게 문제제기했는데, 이처럼 비정규직은 온갖 차별 때문에 서러움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이번에 정규직 전환이 발표됐을 때 노동자들이 너무 좋아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승리의 원동력은 끈질긴 단결투쟁과 연대

이연순 민들레분회장은 “끝까지 싸우다 보니 승리하더라”라고 말했다. “끈질기게 싸웠다. 10년 동안 민들레분회 조합원이 줄지 않았다. 아침에 나와 선전전을 하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100명 중 90명이 꼭 참석했다. 121일 동안 천막농성을 유지했다. 조합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 것 같다.”

서울대병원 정규직의 연대도 큰 힘이 됐다. “작년에 같이 파업했다. 정규직이 많이 도와줬다. 다른 곳에서는 정규직이 반대하는데 여기서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친다.”

의료연대본부 소속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2년 넘게 6차례나 공동파업을 벌였고, 교육부·청와대 앞 농성 등 최선을 다해 투쟁했다. 올해 3월부터는 3개 산별연맹 소속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공동파업을 세 차례나 벌였다.

비정규직 없애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이연순 분회장은 7년 동안 분회장 역할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미화노동자의 자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아야 한다. 의사가 아무리 좋아도 우리가 하루만 청소를 안 하면 쓰레기장이 된다. 우리는 어떻게 청소해야 환자에게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안다. 청소노동자를 환경전문가라고 얘기하고 싶다. ‘자격증 없는 환경전문가.’ 손이 신기하다. 삐뚤빼뚤하고, 관절이 튀어나오긴 했어도 더럽고 냄새 나는 것을 잘도 찾아낸다.”

다른 노동자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고 한다.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처음엔 미워서 씩씩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사람도 사연이 있겠지, 그래도 우리가 파업할 때 마음속으론 응원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한다고 했다.

분회장을 그만두고 현장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후임자들을 계속 키워서 후손들을 위해 비정규직 없애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파업하면서 시를 진짜 많이 썼는데, 앞으론 시간 내서 글쓰기를 배워 시를 더 잘 써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승리의 불꽃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

전국 14개 국립대병원 중 이제 한 개 병원에서만 정규직 전환이 확정됐을 뿐이다. 분당서울대병원엔 간접고용 노동자가 1,481명이나 있는데, 병원 측은 “본원의 정규직 전환 결과를 따르겠다”던 과거 입장을 뒤집고 “서울대병원과 우리는 별개”라며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이 그랬어도 우리는 죽어도 못한다”고 하고, 강원대병원에선 “거기와 우리는 조건이 다르다”고 하는 등 다른 국립대병원들의 작태도 비슷하다. 경북대병원에선 노조 탈퇴 공작까지 벌여 27명을 탈퇴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쟁의권을 갖고 있는 지방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9월 30일(월)부터 무기한 공동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연순 분회장은 “올해 서울대병원 정규직 노동자들이 인원충원, 임금인상을 내걸고 파업하면 비정규직도 함께 파업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물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도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하겠다고 했다. “모두 정규직이 되어야 우리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또 공격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노동자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다. 서울대병원의 승리에 모두 기뻐할 뿐만 아니라 이 승리의 불꽃을 여러 현장으로 전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김명환

<노동자의 목소리> 19호,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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