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KTX‧SRT 승무원들의 6일 파업 – 더 큰 투쟁의 기반을 다지다

코관 파업문화제2

KTX 승무원 중심으로 이뤄진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가 추석연휴 기간인 9월 11일부터 6일간 파업했다. 11일 파업출정식부터 16일 파업문화제까지 파업노동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밝았다.

‘일하는 기계’

파업집회 때마다 조합원 발언이 있었는데, 조합원들의 분노와 열망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파업출정식 때 용산익산지부 승무원은 왜 파업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렇게 잘 말했다.

“입사만 하면 행복할 것 같았던 KTX 승무원의 현실은 겉모습과 많이 달랐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저희 승무원을 ‘일하는 기계’로만 여기고,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복지만 제공하고 있다.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방식으로 기본급을 차별하고, 사무직 직원들끼리의 승진파티로 현장승무원의 승진은 꿈꾸기도 힘들다. 최고의 서비스는 안전이라던 코레일은 [KTX승무원의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안전과 서비스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고, [직접고용, 공사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 임금인상 등을 약속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열악한 환경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임금손실을 각오하고 이렇게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SRT(수서발 고속열차) 승무원이 “너희는 SR 직원이 아니니 SR승무센터의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아라”, “객실장이 지나갈 때 일어나서 인사해라” 같은 차별과 억압을 폭로해서 많은 파업노동자가 함께 분노했다.

이처럼 모든 파업노동자의 심정이 다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16일 파업문화제 때 다른 승무원은 “막연히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TV에서만 보던 데모”에 직접 나선 것은 “사람답게 살고 싶은 소망”과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땀흘리며 쌓은 동지애’

이번 파업이 직접고용이든 임금인상이든 눈에 보이는 물질적 성과를 낸 건 아니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오랜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파업의 진정한 성과는 가시적 결과보다 노동자들의 단결력과 투쟁력 증대에 있다.

6일 파업 중 한 명의 이탈자도 없었다. 하나가 돼 구호를 외치고 투쟁하고 땀흘리면서 동지애를 쌓았다. 그래서 투쟁을 통해 더 강해졌고, 끝까지 싸울 힘을 얻었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다른 코레일관광개발 지부 조합원들은 파업해본 경험이 있지만, SRT 승무원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파업했다. 얼마 전에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에 결합해 이번 파업에 함께할 수 있었다. 최인아 수서지부장은 <코레일관광개발지부 파업소식 ‘두근두근’> 최신호에서 “이번 파업을 통해 SRT가 결코 혼자가 아닌 철도노조 조합원으로 하나가 됐습니다”라고 평가했다.

KTX를 같이 타는 열차팀장(철도 정규직)들은 물심양면으로 이번 파업을 지지해 왔다. 이번 파업을 통해 이후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울 수 있는 토대를 좀 더 단단하게 닦은 것으로 보인다. 김지아 부산지부장은 “팀장님들이 저희를 계속 응원해 주셨다. 다음에 팀장님들이 파업할 때 같이 파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관 파업문화제1

업종은 달라도 노동자는 하나

김천 본사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톨게이트 노동자 10여 명이 16일 파업 문화제에 참가했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강미진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코레일자회사는 코레일 이름만 붙이면 ‘코레일’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다고 들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벼룩의 간을 빼먹어도 되겠는가. 이렇게 (자회사라는 게) 말이 안 되기에 우리가 싸운다.” “우리가 높은 직책이나 높은 연봉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안정적 일자리를 위해, 직접고용을 위해 싸운다. 세상을 바꿔야 하는데, 비정규직을 없애야 하는데, 우리가 앞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는가. 여러분과 함께 싸워 직접고용을 쟁취하겠다.”

공공연대노조 강선주 조합원은 “저희가 연대를 많이 받아서 연대의 힘을 안다. 여기는 꼭 자청해서 오고 싶었다. 동질감이 느껴졌다. 우리가 승리해서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 연대 와서 젊은 힘을 받고 가는 느낌이다.”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씻어버리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저희가 초석이 되기 위해 우리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

당차고 끈질기게 싸워 직접고용을 쟁취한 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도 파업 문화제에 참가했다. 김태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차별받지 않고,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라지지 않겠다”는 목표를 굽히지 말고 끝까지 힘차게 싸우자고 호소했다.

어느 승무원은 이번 파업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귀중한 파업”이었다고 밝혔는데,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업종을 떠나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하는 것도 중요한 전망일 것이다.

‘가두리라인’을 부술 노동자의 힘

9월 말 파업을 앞두고 있는 철도고객센터지부,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노동자들도 파업문화제에 참가했는데,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철도 노사전문가회의에서 “직접고용, 정규직 대비 80% 임금인상 약속을 빨리 지켜라”는 노동자의 요구에, 철도공사 관리자가 “아니, 우리가 임금 적게 주고 사람 덜 쓰려고 자회사 만들었는데, 어떻게 임금을 80%까지 올려주겠는가?”라고 했다. 그렇다, 이것이 지배자들의 본심이다! 그리고 역대 모든 자본가정부는 인건비 절감을 통한 이윤극대화를 위해 공기업의 정원을 통제해,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늘려 왔다.

문재인 정부는 철도에서든 도로공사에서든 자회사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안 된다는 ‘가두리라인(가이드라인)’이 허물어지면, 그 파장이 공공부문과 민간부분 전체로 확산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저들이 물러서게 하려면, ‘가두리라인’을 고수할 경우 공공부문인가 민간부문인가를 떠나 노동자가 더 크게 단결해서 싸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벌벌 떨게 할 정도로 노동자의 단결, 투쟁, 연대의 힘을 키워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걸 생산하는 노동자에겐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김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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