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제국주의 격전지가 된 동아시아

동북아정세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8월 23일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상품(5,500억 달러, 약 660조 원)에 대한 관세율을 일제히 올렸다.

미국과 중국이 6월 재협상에 들어간 후 갈등양상이 완화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25%, 나머지 750억 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각각 10%, 5%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발표가 나온 지 12시간 만에 트럼프는 전면 보복을 했다. 월마트의 70%가 중국제품이고, 관세인상으로 노동대중의 삶은 팍팍해지지만 이는 트럼프에게 중요하지 않다.

일본과 한국의 힘겨루기도 지속되고 있다. 아베의 수출 규제에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결로 맞섰다.

동아시아는 미중, 한일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도 개입력을 높이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상황의 근본에는 세계 패권을 노리는 제국주의 세력들의 이합집산과 다툼이 놓여있다.

미국의 패권전략

미국은 올해 6월에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이하 전략보고서)를 발표했다. 전략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기존 미국 중심의 질서를 위협하는 국가로 규정하고,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전략으로 일본, 호주, 인도를 주요 동맹국으로 해 맞대응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한국을 적극적으로 견인하려고 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얼마 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하면서 중거리 미사일 개발과 배치를 공언했다. 이것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조치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미사일을 배치하려 하는데, 이는 중국을 사정권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반발하며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무역전쟁, 군사적으로는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중국을 포위해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저지하려 한다.

일본의 군국주의

일본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다. 아베 정부는 최신 무기 구입으로 자위대의 전력을 강화해 미국의 전략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아베 정부는 이미 F-35A[대당 가격이 8천만 달러(약 945억 원)에 이른다] 최첨단 전투기 105대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도 일본의 행보에 발맞추며 협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해 자위대 호위함에 승선했는데, 일제 패망 후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군함에 승선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이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헌하려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행보는 일본 군국주의를 지지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아베정부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주요 파트너로서 패권을 확보하려고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소비세 인상, 연금 축소 등을 추진해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려 한다.

중국의 도전

중국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본격적인 경제 개방을 시작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세계적 패권을 인정했고, 미국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지원했다. 중국은 세계경제 2위 규모로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다. 많은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했고, 미국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기초한 제품을 소비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달러로 다시 미국 채권을 구입해 미국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 상호보완하며 협력해왔다.

그러나 시진핑이 들어선 후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 시진핑은 ‘중국몽’을 주창하고 있다. ‘중국몽’은 중국이 ‘위대한 중화민족’으로서 세계적 패권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대등하게 패권을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일대일로, 제조2025,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무역, 기술, 금융에서 미국 패권에 도전해왔다.

중국은 항공모함, 스텔스 전투기, 핵잠수함 등 첨단무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매년 2,000억 달러가 넘는 국방비를 투입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군사협력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다. 중‧러시아 연합훈련 확대와 함께 러시아 무기의 대중국 수출, 그리고 이와 관련 있는 군사기술의 협력이 그 내용이다. 미국의 전략에 중국과 러시아가 정면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몽’의 실현을 위해 당과 인민이 단결하자는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첨단장비를 동원해 내부통제에 애쓰고 있다. 중국이 국내 여론을 통제하고 소수민족 동향을 감시하는 등 내부 통제를 위해 지출한 국내 안보 비용이 국방예산보다 무려 20%나 많은 1조2400억 위안(약 209조5,600억 원)이다. 시진핑은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 반발 세력을 엄격히 견제하고 사회 통제를 강화한다. 홍콩시위는 시진핑의 통제전략에 저항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개입 시도

7월에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5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3시간 동안 무단 진입한 데 이어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하기는 처음이다.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방한 날 보란 듯이 도발한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공동대응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동아시아에 대한 개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8월 2일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남쿠릴열도를 전격적으로 방문했고,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남쿠릴열도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데, 2차세계대전 패전 후 옛 소련의 영토로 편입됐다. (일본은 이를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러시아에 반환 요구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아시아 개입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

제국주의 열강들이 힘을 겨루는 한복판에 한국이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강력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외치고 있지만, 이미 미국 주도 질서 속에서 제국주의 하위 파트너 노릇을 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했고, 최근에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란 근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파병을 논의하고 있다. 지소미아를 종료해 미국 중심의 한미일 군사협력에 반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근본적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자주 국방을 강조하며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7조4000억 원이 들어가는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 도입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한국은 세계 3대 미국 무기 수입국으로 국방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2008~2017년 한국에 67억3100만 달러(7조6000억여 원)의 무기를 판매했다.

패권다툼과 노동자의 희생

제국주의 열강이 추구하는 것은 자국의 패권을 확보한 뒤 그 힘으로 자국 자본가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자국 자본가들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고, 경쟁국들에 관세, 환율, 수출입규제 등의 경제적 보복을 일삼고, 군사력을 동원해 위협한다. 이 과정에서 이득을 얻는 것은 누구인가?

관세와 환율 인상은 수입제품의 가격을 높이고, 수출제품의 가격을 낮춰 자국 자본가들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지만, 국내 물가를 인상시킨다. 물가인상은 각 나라 노동자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다.

이들의 군사적 패권 다툼은 군수산업 자본가들에게 이득이 될 뿐이다. 미, 중, 러, 일, 한 등 5개국의 군비지출만 합쳐도 1조 달러를 넘어 전 세계 군비지출의 57%에 이른다. 만약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희생되는 것은 강제동원되는 노동대중일 것이다. 군대 성노예, 강제 징용문제가 현실로 재등장할 수 있다. 노동자의 혈세로 무기를 구입하고, 그 무기는 타국 노동자를 겨눈다.

또한 각국 지배자들은 패권다툼을 빌미로 자국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려 한다. 민족주의, 애국주의를 선동하고 자본가들과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같다는 환상을 불어넣는다.

제국주의 열강의 힘겨루기는 오직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 노동자계급의 이익은 없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삶은 파괴될 뿐이다. 노동자들은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애국주의를 거부하고, 타국 노동자들과 연대해 모든 지배자에 맞서야 한다.

진 환

<노동자의 목소리> 18호,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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