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본주의 학교의 야만성을 보여주는 책 – [우리도 교사입니다]

우리도 교사입니다

주변에 기간제 교사가 있었기에, 기간제 교사의 고통을 약간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내가 아주 조금밖에 몰랐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책을 통해 비정규직 제도가, 그리고 그걸 낳은 자본주의가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쪼개진 계약, 쪼개진 삶

기간제 교사들이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꼽은 것이 쪼개기 계약이다. 쪼개기 계약은 말 그대로 계약 기간을 쪼개서 채용하는 것이다. 공고에는 1년 계약이라고 써 놓고, 방학 때 임금을 안 주려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제외하고 9개월만 계약한다.

장기간의 연휴, 명절, 시험기간 전후에 쪼개기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12월 겨울방학식날에 계약을 만료한 다음, 교육과정이 2월에 1주나 2주 정도 남아 있을 경우 1~2주는 시간강사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기간제 교사는 6개월 미만의 쪼개기 계약으로 1년 동안 한 학교에서 계약 종료와 재계약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

기간제 교사들은 2월이 싫다. 학교가 재계약을 해줄지, 재계약이 안 되면 다른 학교에 자리가 있을지, 내가 채용될지 불안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땜빵교사, 일회용품 취급당하기에 자존심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9일만 아파야 한다

기간제교사 A는 2017년 3월 새 학교로 출근하기 며칠 전에 오른 팔이 부러졌다. 깁스를 3개월 동안 해야 했는데, 정규교사라면 3개월 병가를 내면 되지만, 기간제교사의 병가는 9일뿐이라서 계약을 포기해야 했다.

젊은 여성인 기간제 교사는 면접 때 결혼, 출산, 임신 계획에 대해서도 질문받는다. 임신 사실이 알려져 짤린 경우도 있기에, 대부분 일하는 동안 임신은 꿈도 못 꾼다. 정부 관료나 학교 관리자들 사이에선 정규교사가 출산휴가, 육아휴직 중일 때 ‘대용품’으로 기간제교사를 쓴다는 인식이 팽배해 기간제교사는 임신, 출산, 육아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기간제교사 2명 중 1명이 담임을 맡고 있다. 기간제교사가 정규교사보다 더 많이 일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임금은 훨씬 적다.

정규직화 반대 논리는 근거 없다

이 책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가령, 기간제교사 정규직화가 사범대생 등 예비교사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다. 1999년에 6천 명이던 기간제교사가 2018년에는 5만 명으로 8배 넘게 뛰었다.

임금 줄이고, 노동자 갈라놓고, 맘대로 부려먹으려고 정교사들이 정년퇴직해도 정교사 대신 기간제교사를 계속 늘렸다. 따라서 기간제교사를 정규직화하고 교사 임용도 확대해야 하지, 기간제 교사를 늘려온 정부 정책을 묵인한 채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노동자끼리 다퉈선 안 된다.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면 “휴직 교사를 대체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논리도 있다. 그런데 출산휴가, 육아휴직, 학업휴직, 병가 등으로 매년 전체 교원의 10% 정도가 휴직한다. 따라서 이 수만큼 교육청 차원에서 정교사를 더 선발하면 된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등은 휴가자의 업무를 대신하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로 지원팀을 구성해서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런 제도를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은 지금의 학교가 “유연하게 인력을 조정하고, 을이다 보니 말을 잘 들을 것이라고 믿고 기간제 교사를 많이 사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차별을 깊게 아로새기는 곳”,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젊음과 인생을 학교에 바친 교사”들을 짓뭉개는 곳, “기간제 교사를 새장에 갇힌 새처럼 움츠려들게 만드는 곳”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야만의 자본주의 학교를 가만 놔둬야 할까? 그리고 야만의 자본주의를 그대로 둔 채 학교를 바꿀 수 있을까?

김명환

<노동자의 목소리> 18호,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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