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대 청소노동자는 왜 죽었는가?

사소하지 않은 죽음

35도까지 치솟았던 8월 9일 낮에, 67세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죽었다. 폭염이 계속됐지만 그곳엔 에어컨도 창문도 없었다. 학생들은 그 계단 밑 쪽방이 ‘청소도구를 두는 창고인 줄 알았을 뿐, 휴게실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캠퍼스가 가장 넓은 서울대에서, 8,068평에 이르는 넓은 건물을 쓸고 닦았던 고인에게 허락된 휴게실은 손바닥만 한 ‘1평’짜리 간이 공간뿐이었다. 환기도 안 돼 곰팡이 냄새로 퀴퀴한 공간, 참다못해 동료 노동자가 스스로 작은 환풍기를 설치해야 했던 무덤 같은 지하공간이 고인에겐 마지막 삶의 공간이었다.

노동도, 임금도, 죽음도 계급적

서울대 당국과 경찰은 ‘병사’라고, 즉 사망 원인이 ‘지병인 심장질환’이라고 판정했다. 78세의 이건희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에도 만 5년 넘게 식물인간 상태로나마 여전히 살아 있다. 이처럼 아무리 큰 지병이 있다고 해도 자본가들은 쉽게 죽지 않는다.(그리고 이건희는 올해 주식 배당금으로 자그마치 4747억 원을 받았다. 연봉 1,900만 원을 받는 청소노동자라면 25,00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벌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이건희보다 11살이나 젊은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이라도 벌어야 살 수 있기에, 폭염경보가 계속 울리던 날 꼭두새벽부터 폭염 속에서 일해야 했고, 언제 목숨을 앗아갈지 모르는 무덤 같은 휴게실이라도 잠깐 쉬기 위해 들어가야 했다. 이것은 명백한 산재이며, 사회적 타살이다.

그리고 이렇듯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도, 임금도, 죽음도 계급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청소기 취급받는 청소노동자들

<한겨레>가 서울지역 대학 10곳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취재한 것에 따르면, 이대 휴게실 35곳 중 32곳이, 동국대 휴게실 23곳 중 16곳이 지하에 있었다. 환풍기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계단 밑에 휴게실이 있는 경우, 계단 오르내릴 때 나는 쿵쾅거리는 소리 때문에 쉴 수가 없다고 했다.

명지전문대 공학관 휴게실은 4층 화장실 안에 있어서 “옆에서 대·소변 보는 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고 있다”고 했다. 중앙대 법학관 지하 2층 휴게실은 지하주차장 옆이라, 매연이 들어오지만 환풍기도 없었고,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면 역한 하수도 구정물 냄새가 올라온다. 청소노동자들은 무한정 일만 해야 하는 청소기로 취급당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야만이다

작년 8월 고용부가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고용부 가이드)를 발표했다. 휴게시설은 가급적 지상에 설치하고, 최소 6㎡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냉난방 설치와 환기시설을 마련해 여름에는 20~28도, 겨울에는 18~22도를 유지하라고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대학이 이런 가이드를 외면했다. 고용부 가이드는 권고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죽어 사회 이슈가 되면 자본가정부는 잠시 노동자 권리를 생각하는 척하지만, 이윤을 침해하면서까지 노동자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려 하지는 않는다.

“(휴게실이 열악하다고)항의하면 짤릴 수 있”기에, 힘없는 노동자들은 항의조차 잘 못한다. 따라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한, 노동자는 계속 희생당할 것이다.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며 서울대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나서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이런 운동을 더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이런 운동은 야만의 자본주의를 끝장내기 위한 근본적 운동과도 결합해야 한다.

김명환

<노동자의 목소리> 18호,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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