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중공업, 사상 최초의 원·하청노동자 총투표

현중 하청총투표 출투

7월 17일 현대중공업에서는 원·하청노동자가 같은 투표소에서 사상 최초의 총투표를 진행했다. 작년 7월 원하청이 하나의 노조로 결집하는 1사1노조를 완성한 이후 1년 만에 총투표까지 이뤄 냈다.

특히, 조합원·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치른 총투표에 하청노동자 2천2백여 명이 참여하며 의사를 표명했고,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은 2002년 해고자청산총회 무효투표를 73.86%(투표자 대비, 5,254명) 찬성으로 압도적으로 가결시켰다.

처음 해보는 하청노동자의 총투표

역사상 한국 조선소의 하청노동자가 이런 총투표를 해본 것은 처음이다. 정치인을 뽑는 투표는 해봤을지언정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이 정도의 규모로 뽀대 나는 총투표를 해본 일은 지금껏 없었다. 정규직노동자와 동일하게 기표소에 들어가 가부를 결정하는 투표에 참여한 것을 하청노동자들이 자랑스러워한 것은 당연하다.

조선과 해양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는 사장과 관리자를 제외하면 많아야 8천5백 명 정도다. 이들 중 2천 2백여 명이 직접 투표소를 찾아가 줄까지 서 가며 투표했다. 이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어떤 사업부에선 정규직노동자보다 하청노동자가 더 많이 투표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누가 감히 하청노동자가 정규직과 똑같이 투표할 수 있을 거라 상상이나 했었나.

거제나 울산이나 비슷한 하청요구안

이번 하청노동자들의 총투표는 하청노동자 스스로 6대 요구안을 결정짓는 투표였다. 25% 임금인상/정규직과 동일한 학자금, 명절귀향비, 휴가비, 성과금 지금/정규직과 동일한 유급 휴가 및 휴일 실시/불법 무급휴업 중단 및 휴업수당 지급/일당제 8시간 1공수, 퇴직금·연차 적용/연장·야간·휴일 가산 수당 법적기준 지급이 6대 요구다.

이는 인상은커녕 수년째 뒷걸음쳤던 임금 원상회복(그동안 25%가량 삭감당했다!), 복지혜택의 원·하청 동일 적용, 노동법을 준수하라(얼마나 무법천지인지 알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3차 총궐기를 조직하며 내걸었던 8대 요구안과 거의 똑같다. 그만큼 하청노동자의 처지는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는 의미다.

정규직 해고자 명예회복

지난 2002년 현대중공업노조 최윤석 집행부는 해고자를 청산하는 총회를 통과시켰다. 임·단협 쟁의행위 찬반투표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바로 이 해고자 청산 총회를 무효로 하는 투표였다.

당시엔 해고자들과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았다. 청산 당사자들(해고자들)은 당일 아침 노보를 통해서 이 소식을 접했다. 심지어, 투표용지에는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로 표기해 마치 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표인 것처럼 조합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지부의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웠던 순간이었다. 이 역사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역사였는데, 바로 이번 총투표로 조합원들이 그렇게 했다.

원·하청노동자 단결로

투표로 결정한 안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과제다. 그래서 투표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첫발을 뗀 것은 분명하다. 정규직은 치욕스런 해고자청산을 바로잡고, 하청노동자는 자신의 요구를 공식적이며 대중적으로 정식화했다.

하청노동자의 요구는 정규직노동자와 단결하지 않으면 실현하기 힘들다. 정규직노동자의 구조조정 저지투쟁은 여전히 다수인 하청노동자와 단결하지 않으면 승리하기 힘들다. 이번 총투표가 원·하청 각자에게 중요했다면, 이제 원·하청이 함께 이를 실현하는 일만 남았다.

윤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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