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동투쟁 시동 거는 철도 비정규직

철도 비정규직 공동투쟁 기자회견

KTX승무, 고객센터, 역무, 매표, 주차관리, 전기, 건축 등을 담당하는 철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9월 공동투쟁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이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철도노조 소속 자회사 지부들이 2019년 하반기 공동투쟁을 위한 회의를 개최해 총력 투쟁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모두 철도를 운행하는 데 필수적인 상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김대중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 때까지 줄기차게 이어져온 공공부문 민영화와 인건비 절감 정책에 따라 외주화돼, 저임금, 고강도, 무권리 노동을 오랫동안 해왔다. “일 시킬 땐 철도의 얼굴, 임금 줄 땐 철도의 알바”라는 인기 있는 피켓 문구가 이들의 처지를 잘 말해 준다.

이들의 요구는 기본적으로 모두 같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으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 전환 이전일지라도 정부 약속대로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으로 올리라는 것이다. 물론, 조건에 따라 각 부문의 노동자들이 내거는 요구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KTX 승무원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에 속한 KTX 승무원들의 경우 작년에 노사전문가 협의기구의 결정에 따라 직접고용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벌써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코레일은 ‘국토부나 기재부가 승인해야 한다’고 정부를 핑계로 대며 직접고용을 계속 미루고 있다.

임금을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올리고, 사무직과 승무원의 기본급을 동일화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코레일관광개발 사측은 답이 없거나 ‘수용불가’라고 못을 박고 있다.

그래서 이대열 코레일관광개발 용산지부장은 “조합원들은 정규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올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농성이든 파업이든 무엇이든 소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얘기했다.

김지아 코레일관광개발 부산지부 대의원도 “이번에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파업을 전처럼 이틀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길게 할 것이다. 여론 눈치보지 않고 싸울 것이다”고 했다.

KTX승무원 파업
2017년 9월 29일 코레일관광개발지부 파업집회

그리고 “조합원들이 요새 선전전에 엄청 열심히 참석한다”, “그동안 사측이 근무스케줄을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이었는데, 이번에 스케줄 선(先)충당을[165시간 근무기준을 넘어서는 근무 스케줄을 본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을] 거부해 조합원들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라고 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철도고객센터지부

광역 역무, 매표, 주차관리, KTX특송, 연계교통 등을 담당하는 코레일네트웍스(KN)지부 노동자들과 전화상담을 담당하는 철도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모두 KN 회사 소속이다. 노조의 역사가 달라 지금은 2개 지부로 나뉘어 있지만, 작년에도 직고용 정규직화를 위해 같이 싸웠고, 올해 임단협에서 공동교섭을 하고 있고, 공동투쟁을 벌이려 한다.

요구안도 같다. 가령, 임금요구는 ‘2021년까지 철도공사 동일 근속 대비 80% 수준으로 임금인상’, ‘단일직급 호봉제 도입’, ‘내부 임금격차 해소’ 등이며, 현안요구로 인력 충원, 사내복지 확충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임단협 교섭을 13차례나 진행했지만, 교섭의 진전은 전혀 없다. 왜냐면 코레일의 위탁계약을 통해 모든 노동조건이 정해지기에 코레일의 결정 없이는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사측이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탁계약을 통해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는 코레일을 규탄하는 서울역, 대전역 선전전을 2월 14일부터 매주 목요일에 해왔다.

철도고객센터 파업
2017년 9월 12일 철도고객센터 노동자 파업 집회

철도고객센터지부는 한 곳에 200명 가까이가 모여 있는 ‘집중’사업장이고, 2017년에 파업해본 저력이 있다. 그리고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비록 260여 군데로 나뉘어 일하고 있는 ‘분산’사업장이지만, 조합원 수가 1년 만에 200여 명에서 860여 명으로 늘어나고, 노조의 힘이 커지면서 빼앗겼던 소중한 권리들을 현장에서 되찾아 가고 있다. 철도 운영에 필수적인 일들을 많이 맡고 있기에 단결력을 강화해 파업하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코레일테크 노동자들

올해 철도 비정규직 노조가 2개나 새로 생겼다. 코레일테크 전기지부와 코레일테크 건축지부가 그것이다.

이 지부들은 늦게 출발했지만, 빠르게 대열을 정비해 철도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합류하려 한다. 이들의 요구도 다르지 않다.

작년에 철도 노사전문가협의체는 “코레일테크(주) 직원 296명(차량정비, 변전설비 유지보수 등)은 공사 정규직과 동종 업무 수행 및 생명·안전업무에 종사중임을 감안하여 공사 직접고용을 위해 정부에 기능조정을 건의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직접고용의 기미가 전혀 없다.

임금 인상과 복지 개선도 시급하다. 가령, 철도노조 코레일테크 전기지부 2019년 임금요구안을 보면 “ 철도공사 동일근속 노동자 임금의 80%”, “(1년차나 10년차나 임금차이가 없거나 미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호봉제 도입”, “복지포인트 지급” 등이 나온다.

회사(코레일테크)는 같지만, 노조는 다른 노동자들이 최근에 파업했다. 한국철도·사회산업노동조합(철산노)에 소속된 코레일테크 시흥차량정비지부(총조합원 26명)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6월 26일부터 파업했다. 이들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1호선과 4호선의 전동차 차량 정비업무를 하고, 전동차 정비기술을 가진 전문직인데도, 매년 최저임금만 받아왔다. 올해도 수당 한 푼 없이 월 209시간 기준 174만 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똑같은 일을 해온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돼 “연봉이 500만 원 이상 높아졌다. 코레일테크 소속으로 전환된 차량청소 노동자들도 기존 코레일테크 소속 노동자에 비해 복지포인트(연간 40만 원 상당)나 상여금을 더 받아 임금·복지 수준이 높다.”(<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역차별 바로잡아 달라>, 매일노동뉴스, 7월 2일자) 그래서 노동자들은 임금 204만 원을 요구하며 20일가량 파업해, 결국 기본급 54,850원 인상, 전환보전금 106,710원 지급을 쟁취했다.

그런데 7월 15일 체결한 2019년 임금협약서에 따르면 “전환보전금은 시흥차량지부 조합원에 한해 지급”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전환보전금’이란 무엇일까? 마땅히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전환에서 배제당한 노동자에게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런 노동자가 시흥차량에만 존재하는가? 고양차량에도 존재하고, 대전정비창에도 존재한다.

더 나아가자면, KTX승무원, 역무원, 매표원, 주차관리원, 고객센터 상담원, 전기노동자, 건축노동자 등 모든 철도 비정규직이 마땅히 정규직이 돼야 하는데, 배제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단서는 임금 인상과 정규직화를 비롯해 빼앗긴 권리를 되찾으려면, 노동자들이 파업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적극 쓰라고 주문하는 것 아니겠는가?

더 큰 단결로

2,000명에 가까운 철도 비정규직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요구를 내걸고 파업할 수만 있다면, 상당한 관심을 끌 수 있고,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씨줄날줄을 엮듯 공동투쟁의 기운을 잘 만들어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KTX 승무원들의 투쟁에 대해 같이 열차를 타는 정규직(열차팀장) 노동자들도 적극 지지한다고 한다. “더 쎄게 투쟁해야 한다. 정규직과 함께 투쟁하자.”며 격려한다고 한다. 철도 정규직 노동자들도 내년 1월 1일 전면시행 예정인 4조 2교대를 위한 대폭 인력충원, 임금인상, 코레일과 SRT 통합 등을 내걸고 하반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요구들을 쟁취하려면 파업은 더 위력적이어야 하고, 지지 여론은 더 강해야 하는데, 철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실질적으로 공동투쟁을 벌인다면 그만큼 승리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에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테크 같은 자회사란 덩치 크고, 포장만 그럴 듯한 용역회사일 뿐이라는 점을 온몸으로 체험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비롯한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듯, 앞으로 본격화할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투쟁도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KTX승무원의 직고용과 관련해서는) 국토부, 기재부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 코레일 사측의 말은 문재인 정부가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라는 점을 잘 가르쳐준다.

작년에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역에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했을 때, 철도 자회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다른 공기업 자회사들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기에 철도 자회사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허용할 수 없다고 청와대가 판단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기업은 달라도 노동자는 하나의 운명공동체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하나다’는 계급적 관점을 갖고, 전체 자본가와 정부를 상대로 노동자의 힘을 최대로 모아 싸워야 한다.

김명환

■ 홈페이지: https://voiceofworkers.org

■ 페이스북: 노동자의 목소리

■ 텔레그램 채널: “노동자의 목소리 신문” 또는 “@voiceofworker” 또는 “https://t.me/voiceofworker

■ 이메일 vow19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