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매운동으로 맞설 수 있나?

일본 불매운동

일본 정부의 경제 제재에 맞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제품을 알리고, 대체품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번 불매운동에는 아베 정부의 제국주의적 조치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는 선한 의도도 담겨 있다. 일본이 강대국이라도 부당하고, 억압적인 조치에 쉽게 무릎 꿇어선 안 된다는 정당한 생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의도가 정당하다고 해도 불매운동으로 아베 정부에 맞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불매운동의 모순

일본 자동차를 불매하고 대체품으로 현대기아차를 사자고 하는 것은 적절한가? 현대기아차는 비정규직을 불법파견으로 십수 년째 사용하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비정규직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불매할 상황인데, 그럼 한국지엠은 다른가? 노동자를 탄압하고 쥐어짜는 자본의 성격은 일본과 한국 어느 기업이든 차이가 없다.

불매운동을 기회로 이득을 얻으려는 자들도 있다. 일본 문구류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대체품으로 모나미가 추천되자 주식시장에서 모나미 주식이 폭등했다. 2주 사이에 77%가량이 올랐는데, 모나미는 이 기회에 자사주 절반가량을 매각해 이득을 얻었다. 대량 주식매각으로 주가가 하락해 누군가는 손실을 보았다. 그런데 모나미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위해 독일의 한 승마장을 28억 원에 사들인 의혹이 드러나 압수수색과 조사를 받은 기업이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설 우군

이번 경제 제재의 핵심은 아베 정부의 제국주의적 정책에 있다. 이에 맞서는 데 가장 큰 우군은 일본의 노동대중이다. 아베의 평화헌법 개정에 가장 큰 고통을 겪을 사람이 일본노동자들이기도 하다.

아베는 헌법 개정에 목을 걸고 있지만 일본 국민 64%가량이 반대하고, 5/3 헌법개정 찬성집회에는 1,000명이 모였지만 반대집회에는 6만5천 명이 모였다.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헌법 개정에는 군대 보유뿐만 아니라 일본 내 저항 세력에 대한 억압조치도 포함돼 있다. 아베 정부는 ‘재난·재해가 발생하거나 적국에게 무력 공격을 받으면 정부가 시민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긴급사태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거센 일본에서 평화헌법 개정은 억압적 조치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최근 참의원 선거 때 아베 총리 앞에서 반대 구호를 외쳤다고 10초 만에 일반 시민이 연행되는 억압적인 사회가 일본이다. 지난 5일 노조가 건설사에 하청업체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을 요구한 것에 대해 ‘강요 미수 혐의’ 등을 적용해 노조 활동가 7명을 연행하고 노조 사무소와 관련 기관 10개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아베 정부의 제국주의적 정책은 일본 국내에서 억압적 통제를 바탕으로 한다. 이런 아베의 정책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제국주의에 편승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일본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이며, 이를 통해 고통받는 것은 일본 노동자들과 한국 노동대중이다.

민족주의적 방식을 벗어나

우리가 일본인 모두에게 반감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일본에서 군국주의를 확대하려는 아베와 자본가들에 맞서 싸우는 일본의 노동대중과는 적극 연대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 노동대중과 연대하는 적절한 방식이 될 수 없다. 불매운동은 의도와 달리 서로 간의 반감을 높이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일본의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기 위해선 한국 대 일본이라는 민족주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 대 한일 노동자계급, 더 나아가 세계 자본가계급 대 세계 노동자계급이라는 구도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민족주의 대신 노동자 국제주의 관점을 확고히 움켜쥐어야 노동자들은 한국 자본가들과 그 정부에 휘둘리지 않고, 모든 제국주의와 그 뿌리인 자본주의 자체에 일관되게 맞설 수 있다.

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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