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산재왕국 한국, 노동자의 목숨값보다 벌금이 싸다

내가 김용균이다
▲ 2019년 1월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18년간 매일 6명 이상, 매년 2,400여 명, 총 4만2,359명 산재사망. OECD 산재사망률 1위를 해마다 갱신하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다.

유엔난민위원회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다 사망한 난민이 2018년에만 2,262명이라고 밝힌 것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산재사망률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다. 한국노동자들은 전쟁을 피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만큼 일터에서 죽어가고 있다.

처벌받지 않는 자본가

노동자들이 전쟁터에서처럼 죽어가고 있을 때 자본가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사실상 산재사고가 난 기업의 경영진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건수는 4만2,045건이었지만 단 9건만이 구속기소됐다. 95%는 평균 432만 원의 벌금형이 고작이었다(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

고용노동부가 직접 밝힌 자료를 통해서도 자본가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증명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2013년부터 2017년까지 1심 결과) 자료에 따르면, 피고인 2,932명 중 단 2.9%(86명)만이 징역·금고형에 처해지고 90.7%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중 사망사고가 1,138건이고, 구속기간은 11개월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위험의 외주화가 키우고 있는 산재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한국의 전체 산업재해율은 꾸준히 줄어들다 2015년부터 사실상 정체되고 있다. 물론 줄었다고는 하나 사고성사망 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사망자수)은 일본(0.17), 독일(0.15)에 비하면 3배 이상 높고, 영국(0.04)에 비하면 13배나 높다.

그러나 하청업체나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입을 빌려 그 이유를 들어보자.

“외주화 확산에 따른 하청 및 소규모사업장 산업재해 증가”, “원 하청 구조 속에서 위험이 외주화되나, 원청의 책임은 제한적”, “노동자는 위험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위험회피 여건이 미흡”

2018년 1월 23일에 정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에서 나온 진단이다. 그리고 내놓은 대책이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부여, 처벌강화(7년 또는 1억 원 이하), 재해율 원·하청 통합관리 정도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사업주는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즉, 현장책임자만 처벌받는 관행은 그대로다.

원인을 알지만 해결할 수 없다

작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노동자가 산재로 돌아가신 뒤 거센 여론에 떠밀려 산업안전보건법은 개정됐다. 하지만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신세로 전락했다. 위험의 외주화가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국회도, 정부도 근본원인을 고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노동자의 목숨값보다 싼 벌금만 내면 저임금의 비정규직노동자를 맘껏 부려먹을 수 있는 자본가들의 세상에서 법이 쉽게 바뀔 리 없다.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사망했을 때 기업의 존망이 위험해질 정도로 처벌하자는 기업살인법을 도입하기 위해 저들이 나설 리 없다.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겠다는 노동자들의 강력한 요구와 행동이 없다면 말이다.

윤용진

<노동자의 목소리> 16호, 6월 26일자

※ 저희 신문 기사와 온라인 기사들을 페이스북(“노동자의 목소리”)과 텔레그램 채널(“노동자의 목소리 신문” 또는 “@voiceofworker”이나 “https://t.me/voiceofworker”)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