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버스 준공영제,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이 글은 지난 호 버스파업 기사의 후속 기사다.}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경기도(광역버스만)’에서 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다. 한국의 버스 준공영제는 운송수단(버스)과 차고지 등을 민간업체가 소유한 채로, 수익금을 버스업체와 지자체에서 공동관리하고,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해 버스업체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대신 지자체는 버스 운행 횟수의 증감, 노선 신설과 폐지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갖는다.

그리 나쁠 것 없는 취지

버스업체들은 이윤이 남지 않는 벽지의 취약 노선을 운영하려 하지 않아 이동권 소외지역이 생긴다. 그런데 버스 준공영제에서는 지자체에서 버스노선을 직접 관리하고 버스업체의 손실을 보전해줘 이런 폐단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버스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

버스 준공영제의 시행 명분은 이런 것들이다. 버스 준공영제가 순전히 이런 취지대로 시행된다면 그리 나쁠 것도 없다.

그러나 준공영제로 재미 보는 것은 버스업체 사장들뿐

그러나 우리는 이윤을 지상 최대의 가치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준공영제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버스업체 사장들의 목적이 이윤에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준공영제에서 지자체는 ‘표준운송원가’라는 것을 산정해 그것을 근거로 버스업체에 재정을 지원한다. 표준운송원가는 인건비, 차량 정비비, 유류비, 보험료, 차고지 임차료 등으로 산정하는데 버스업체 사장들은 실제 버스운영에 필요치 않은 임원들의 수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표준운송원가를 부풀려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금을 더 뜯어내려고 기를 쓴다.

그런데 표준운송원가가 부풀려지는 것이 지자체 관료들과 버스업체의 유착 없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것이 표준운송원가 산정이 ‘깜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지자체 관료들이나 업체 사장들이나 세금으로 지원되는 재정을 ‘눈먼 돈’으로 인식한다.

버스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은 없어

7개 지자체에서 노선버스업체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물론 물가인상분이나 버스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등 필수적인 인상요인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렇다고 버스기사들의 처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일은 힘들고 임금은 박하다. 그래서 이직이 잦은 반면, 경험 있는 기사를 구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버스노조의 임금협상은 3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이 때문에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을 반영하기 어려워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것이 현실이다.

업체 사장들이나 지방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안정을 위한 재정을 ‘지출해야 할 비용’으로 보고 어떻게든 줄이려고 애써왔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버스노동자들의 ‘임금보전과 인력충원’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정부나 지방정부, 버스업체 사장들 누구도 비용인상만을 걱정할 뿐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버스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했을 때에야 그들은 급한 불을 끄듯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요금인상과 지원금 인상’을 고려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해결방안도 결국에는 버스를 이용하는 다수 노동자들에게, 또는 이용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도 그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일 뿐이었다. 버스업체 사장들을 포함해서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자본가들 전체에게는 아무런 비용도 청구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자본가들을 위해 작동하는 버스 준공영제

버스 준공영제로 벽지의 취약 노선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것도 버스업체 사장들의 이윤을 세금으로 보장해준 것의 작은 대가일 뿐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애초의 명분이 무엇이든 누구의 이익을 보장하는가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버스 준공영제가 버스업체 사장들과 전체 자본가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버스노동자들과 전체 노동자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음 호에서는 버스 완전공영제를 다룰 것이다.)

김정모

<노동자의 목소리> 16호,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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