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 녹물 사태 : 먹는 물이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단 며칠이라도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거나 녹물이 나온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음식조리부터 설거지, 씻는 것부터 세탁, 청소부터 변기 사용까지. 우리 생활의 가장 필수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인천지역에서 거의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녹물로 1만여 가구와 150여개 학교, 인근 상가들이 피해를 입었다. 정수기 필터는 금세 변색됐고, 학교급식은 중단됐으며, 음식점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졌고, 심지어 강화도에선 펜션들의 예약취소가 잇따랐다.

이번 사태는 인재!

사태가 커지자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 이번 사태의 원인은 100% 인재! 상수도관 내 물 흐름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녹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밸브를 서서히 작동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물을 빼줘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았고, 밸브 조작 단계별로 수질 변화를 확인하는 계획도 없었다. 결국 갑작스런 밸브 조작과 수압 변경으로 녹물이 발생했고, 물의 탁도가 먹는 물 수질기준을 초과한 것이 확인됐지만, 별도 조치도 없이 공급됐다.

게다가 오염된 정수지 수조가 2주간이나 방치되는 바람에 강화도까지 피해범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인천시는 수질검사 결과 기준치 이하라 사용해도 괜찮다며 안일하게 대응해 시민들의 분노만 키웠다. 부랴부랴 생수를 공급했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녹물사태가 장기화되자 결국 꼬리 자르기 식으로 상수도사업본부장과 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했다.

상수도관이 위험하다

그런데 녹물사태가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이 99%를 넘었지만, 이 중 20년이 넘은 상수도관이 1/3, 내구연한이 30년이 넘어 시급히 교체해야할 노후 수도관은 10%가 넘는다. 상수도관이 오래될수록 녹이나 이물질이 쌓이고, 부식이 심해지면 수돗물이 새거나, 이물질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진다. 상수도 노후로 연간 수돗물 총생산량의 10.5%가 누수되고 있으며, 손실액은 6천억 원이 넘는다.

물론 오래된 것부터 교체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지금 속도로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지속적으로 상수도관 내 청소만 해줘도 부식을 막을 수 있지만, 지자체들은 예산 등을 핑계로 손놓고 있다. 이렇게 허술한 수돗물 관리 속에서 사고는 반복되고,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과 불신만 커져간다.

갈수록 정수기를 설치하고, 생수를 사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연간 정수기 판매 시장 규모는 200만대 정도로 2조 원이 넘는다. 생수 시장도 해마다 급성장해서 연간 1조 3천여억 원이나 된다. 기업들이야 노다지 시장이 생겨서 좋겠지만, 시민들에겐 온전히 추가로 부담해야할 비용이다.

땜질식 처방은 이제 그만

이번 녹물 사태로 환경부는 사고 징후의 실시간 감시·예측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역별 상수도지원센터 설치와 더불어 ‘전문 인력 양성’과 ‘식용수 분야 위기대응 지침서 재정비’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노후 상수도관을 바꾸지 않으면 녹물 사태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낡은 상수도관을 빠르게 교체하고 관리해야 한다.

녹물이 아니라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노동자민중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아닌가?

정한별

<노동자의 목소리> 16호,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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