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배자가 한 발 물러났지만 멈추지 않는 홍콩시위

홍콩 시위

홍콩 시위대가 쟁취한 작은 승리

6월 16일,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며 2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740만 홍콩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대규모 시위다. 9일에는 103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는데, 한 주 만에 시위대 숫자가 2배로 불어났다.

학생들은 동맹휴학을 벌였고, 교사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노동자들은 부분파업, 지하철 기관사들은 서행운전, 버스기사들은 경적 시위를 벌이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홍콩뿐 아니라 세계 20여 개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의 대통령에 해당하는 캐리 람 행정장관은 9일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떼쓰는 아이는 혼내야 한다.”는 막말을 퍼부었다. 정부가 최루탄과 고무탄, 경찰 곤봉으로 진압해 수십 명이 부상당하고 연행됐다.

하지만 홍콩 시민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커지는 시위 규모에 놀란 홍콩 정부는 결국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사과하고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법안 완전 폐기와 캐리 람 행정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누가 이 법안의 표적이 될 것인가?

이번 시위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표면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국가들 중 중국이 포함됐다는 점을 홍콩인들은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홍콩 내에서 중국공산당에 맞서 반체제운동을 하거나 중국 정부를 비판하면 중국으로 송환돼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반중 인사는 물론이고,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시위처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홍콩인들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법안이 없더라도 중국은 그동안 자신들의 체제에 위협이 될 만한 홍콩인들을 불법적으로 납치하고 처벌해왔다. 홍콩 입법회의 민주당 의원을 납치해 스테이플러로 고문한 일도 있었다. 시진핑 주석 취임 전, 그와 관련된 스캔들을 다룬 책을 발간하려던 서점의 관계자 5명을 홍콩, 중국 등지에서 납치해 고문하고 처벌한 사례도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국이 그동안 불법적으로 해오던 일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시위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중국은 SNS를 통해 중국 본토로 시위가 번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SNS를 통제했다. 게다가 시위 도중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은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해킹해 연행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시위대의 규모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시위 지지 때문에 중국과 홍콩 정부는 한 발 물러섰다. 그런데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지금 당장은 이 문제가 세계적 이목을 끄는 것에 부담을 느껴 물러났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홍콩에서 패배한다면 위구르, 티벳 등의 지역에서 반중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정부들도 이 시위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홍콩의 민주주의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중국 정부를 압박할 카드로 활용하려고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을 뿐이다. 지배자들의 순익계산에 연연하지 말고 홍콩인들의 요구인 행정장관 퇴진과 법안 완전 폐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중국이 추천하는 후보들 중 하나를 고르는 간선제의 폐지와 직선제 쟁취, 홍콩 입법회의 완전한 보통•평등선거 쟁취, 중국의 내정간섭 중단을 위해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홍콩 시위를 보면서 한국의 1987년 민주화운동을 떠올린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학생들이 나섰고, 노동자들이 결합하면서 대규모 시위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자신감을 얻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대투쟁에 나섰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홍콩 노동자들은 월급의 3분의 2를 월세로 내야 겨우 손바닥만 한 방 한 칸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극심한 빈부격차와 저임금, 계급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87년 한국 노동자들이 그랬듯, 홍콩 노동자들도 이번 시위로 자신감을 갖고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으로 한 발 더 나아가길 기대하며 지지를 보내자!

금속노조 다스지회 조합원

<노동자의 목소리> 16호,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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