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저임금 인상이 악의 근원인가?

2019 최저임금

▲ 최저임금은 조금 오른 반면,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950조 원으로 1년 새 67조 원이 늘었다.

2020년 최저임금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동안 ‘나라 경제가 무너진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극렬하게 반대해온 이들이 이번에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으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려 하고 있다.

이미 명목상 최저임금이 올랐어도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심지어 삭감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노동자들의 임금 낮추기에 자본가들은 여념이 없다. 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인상되고, 자영업자들이 망하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주장해왔는데, 과연 그것은 사실인가? 한번 확인이 필요하다

경제가 망해?

최근 경제상황의 악화를 두고 최저임금을 원인으로 규정하는 언론들이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악화는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적 효과가 오히려 크다. 그리고 최저임금으로 나라 망할 것처럼 얘기했지만, 30대 재벌은 오히려 더 많은 이윤을 얻었다.

2019년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950조 원으로 1년 새 67조 원이 늘었다. 사내유보금 증가율(7.5%)은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2.7%)의 3배에 달했다. 경제성장의 대가를 대기업 자본가들이 독식한 것이다.

물가급등?

작년 최저임금 논의 당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반대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어떤가?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로 전년 대비 0.4% 낮았고, 올해 물가인상률은 0%대에 머무르고 있다. 편의점 등의 알바생 최저임금이 월 20만 원가량 높아져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은 추측으로 끝났다.

자영업자도 망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대거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7년 일시적으로 6만8,000명 늘어난 후 지난해 다시 4만4,000명 줄었지만 직원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4만3,000명 늘었다. 자영업 수는 2002년 621만2,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줄곧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았던 이명박 정부 때 가장 많게 28만 명이 줄었고 박근혜 정부 때도 15만4,000명이 줄었다. 이 결과는 최소한 자영업 감소 현상이 최저임금 영향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주된 이유는 과잉경쟁이다. 편의점 바로 앞에 또 다른 편의점이 있고, 한 지역에 여러 브랜드의 치킨집이 넘쳐난다. 가령 치킨에 대한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치킨판매점(3만 6천여 개)은 너무 많다. 국내 치킨집들이 월 500만 원의 순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지금의 2.5배 수준까지 치킨을 더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여기에 35%가량의 로얄티를 본사가 가져가고, 건물주들은 월세를 올려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도 인상되니, 자영업 폐업의 책임을 최저임금에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의 문제는 621만 명에 이르는 무정부적 과잉경쟁과 이들의 등골을 빼먹는 프랜차이즈, 건물주에게 1차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소득격차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28%가 월평균 10만원 안팎의 임금이 올랐다. 노동소득분배율은 62%에서 63.8%로 증가했다. 임금 상승분은 7조여 원으로 전체 노동자 임금총액의 1% 정도라고 한다.

가구당 소득 격차도 줄었다. 소득 1구간(하위 20%)의 평균 소득은 185만원, 5구간(상위 20%)은 892만원으로 소득 격차는 4.8배였다. 전년 5.2배에서 다소 완화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정한 분배효과가 생긴 것이다. 빈부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말이다.

반격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늘어났다. 이를 그대로 두면 자본가들의 이윤은 줄어든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그것을 가만히 용인하지 않았다. 노동강도를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여서 총액임금을 기존에 맞추거나 감소시키기도 하고, 해고를 통해 인원을 감소시키기도 했다.

자신들의 이윤을 줄이려 하지 않고, 노동자 임금총액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진 것이다. 이런 방식을 동원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이 줄어든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왜곡을 일삼기도 한다.

꼼수를 막으려면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자신의 이윤을 양보하고 싶지 않는 자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노동강도 강화, 인원감소 등을 요구하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인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만 결정해선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의 비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도 함께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비용을 자본가들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30대 재벌이 쌓아놓은 천문학적인 이윤을 노동자들에게 분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제대로 된 최저임금 인상이 가능할 수 있다.

진 환

<노동자의 목소리> 16호,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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