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프랑스 노란조끼,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분노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 동안 토요일마다 노란조끼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인원으론 300만 명이나 된다.

5월 11(토) 26회차 노란조끼 시위에 경찰 통계로는 18,600명이, 주최 측 통계로는 37,500명이 참가했다. 정부와 부자언론들은 시위 규모가 처음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며 기뻐하고 있다. 그들은 노란조끼 시위가 막을 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노란조끼 시위는 여러 차례에 걸쳐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줬다.

보잘것없는 양보도, 보란 듯한 탄압도 소용없다

노란조끼 시위가 초반에 거대하게 펼쳐지자 마크롱 정부는 12월 초에 유류세 인상 철회, (기만적이지만)최저임금 인상 등 양보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노란조끼 시위는 부유세 부활, 임금·연금·수당 일체 인상, 공공서비스 확충, 마크롱 퇴진 등을 내걸고 계속 타올랐다.

마크롱 정부는 1월 15일부터 두 달 동안 전국을 돌며 ‘사회적 대토론’ 쇼를 벌인 뒤, 50억 유로(약 6조5천억 원) 상당의 소득세 인하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회적 대토론’이란 한국의 ‘사회적 대화’처럼 지배계급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기만적 쇼일 뿐이었기에 노란조끼 시위를 멈출 수 없었다.

프랑스 정부는 경찰은 물론 군대까지 동원해 강력한 탄압에 나섰다. 4월 20일 기준으로 경찰은 고무탄환(플레시볼)을 14,000회 발사했다. 1명이 죽고, 중상 400명을 포함해 2,500명이 부상당했다. 약 8,700명이 연행됐고, 800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무자비한 탄압 앞에서도 노란조끼 시위대는 굴복하지 않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4월 15일 불타자, 하루 만에 1조원의 기부금이 걷혔다.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LVMH 그룹이 2억 유로(2,560억 원), 구찌로 유명한 케링그룹, 화장품기업 로레알, 정유사 토탈 등이 1억(1,280억 원)을 기부했다. 이처럼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광고성 기부금을 척척 쏟아내자, 노란조끼 시위대는 크게 분노해 “우리도 대성당이다”, “우리부터 도와라” 등을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5월 1일, 노동절 시위엔 최소 15만 명이 참가했는데 노동자들과 노란조끼 시위대가 함께했다.

노동자의 삶을 바꾸려면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마크롱 정부의 양보 조치가 가난한 대중의 처지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는 병원, 학교, 대중교통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를 줄이면서 노동자 탄압을 강화하는 데 돈을 더 쓰려 한다. 따라서 노란조끼가 끝나기를 몽상하는 마크롱 정부의 정책은 새로운 사회적 폭발을 준비할 뿐이다.

노동자의 처지를 실제로 바꾸는 데로 나아가려면, 노동자들이 더 크게 나서야 한다. 특히 이 사회를 주무르고 있는 자본가들이 이윤을 뽑아내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투쟁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계급이 명료한 전망과 확고한 의지를 지닌 지도부를 갖고, 의식적으로 파업과 거리시위에 나설 때만 자본가들과 그 정부를 두렵게 만들 수 있다.

김명환

<노동자의 목소리> 15호, 5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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