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투고]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판승 ― 검찰의 불법파견 불기소를 투쟁으로 뒤집다

아사히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2018년 12월 27일 오후 대구지검 1층 로비를 점거하고 지검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2017년 8월, 노동부가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고소한 지 2년 2개월 만이었다. 노동부는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그러나 사건을 송치받은 담당검사는 3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불법파견을 밝히기 위한 어떠한 추가수사도 진행하지 않은 채 노동부의 기소의견을 간단하게 불기소로 뒤집었다. 노동부가 조사한 5천 페이지 자료는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되었다.

물러설 수 없는 투쟁

검찰의 처분 결과를 듣는 순간 머리꼭대기로 열기가 치솟는 것 같았다. 우리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인정할 수 없었다. 대구고검에 즉각 항소하고 검사 김도형을 직권남용으로 고소했다. 대구검찰청 천막농성장은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거점이 됐다. 마이크를 잡고 아침저녁으로 검찰의 행태를 폭로했다.

“검찰은 불법파견 증거자료가 넘치는데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를 눈감아 줬습니다!”

“검찰은 아사히글라스와 무슨 관계입니까?”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은 눈감아 주고, 서민들은 엄중 처벌하는 것이 검찰의 할 일입니까?”

“검찰이 김앤장의 눈치를 보는 이유가 뭡니까?”

지나가는 시민들은 관심을 가졌다. 시민들도 검찰의 행태를 비난했다. 어떤 시민은 직접 검찰 민원실에 들어가서 아사히를 빨리 기소하라며 항의해줬다.

우리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지검장을 만나러 검찰청 로비 입구에서 기다렸다. 검찰청 직원들은 우리를 막았다. 욕설이 오가며 수시로 싸웠다. 지검장은 우리를 피해 청사 뒷문으로 출근했다. 검찰은 ‘대구검찰청 역사상 지검장이 후문으로 출근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우리를 기소했다. 보복이 명백했다. 하지만 법원은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2018년 5월 검찰은 불법파견 항소에 대해 ‘재기수사명령’을 결정했다. 부실수사를 인정한 것이다. 사건은 다시 김천지청으로 돌아갔다. 사건은 부장검사에게 배정됐다. 수사검사도 별도로 배정했다. 검사는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하청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원청, 하청, 노조를 불러 15시간 동안 대질조사를 벌였다. 검사는 조합원들과 함께 공장 현장검증도 진행했다. 검사는 5개월간 폭풍수사를 진행했다. 5천 페이지의 조사 자료는 1만 3천 페이지가 됐다.

2018년 10월 담당검사는 수사를 완료했다. 검사는 김천지청의 결정만 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담당검사는 수사완료 두 달이 지나도록 기소하지 않았다. 이유 없이 시간을 끌었다. 제자리를 잡아가던 수사의 방향이 흔들리는 듯했다. 우리는 검찰을 믿고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드디어 이겼다

12월 27일, 새해를 나흘 앞두고 11명의 조합원은 대구검찰청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7시간 만에 모두 연행됐다. 연행되면서도 끝까지 싸웠다. 검찰청 앞엔 닭장차가 줄을 섰고, 검찰청 로비 입구는 난리가 났다. 우리는 누가 이기는지 끝까지 한번 붙어보자는 심정으로 질기게 싸웠다. 그날 저녁 대구 MBC, KBS, TBC 3개 방송사 모두 뉴스를 내보냈다.

검찰은 부담을 느꼈다. 2019년 2월 13일, 검찰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로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 심의를 넘겼다. 예상치 못한 과정이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건을 다루는 검찰 자체 위원회였다. 검찰은 이미 여러 차례 부담스러운 사건을 수사심의원회에서 처리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그날 저녁 기소를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판이 다시 요동친 것이다. 2월 15일, 검찰은 바로 아사히를 기소했다. 드디어 이겼다. 2019년 4월 10일 아사히 자본을 형사재판정에 세웠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기소는 우리가 검찰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싸운 결과다.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6월이면 해고된 지 만 4년이 된다. 다섯 번째 여름을 맞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싸워야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린 반드시 승리한다. 올 여름에도 온 힘을 다해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 차헌호

<노동자의 목소리> 15호, 5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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