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독자투고] 파업전야― “우리도 꿈틀할 줄 안다는 걸 보여줍시다!”

파업전야

1990년, 영화 한 편이 세상에 나왔다. 노동현장과 대학 같은 공동체 상영 장소를 각목으로 지키면 쇠파이프를 든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필름사수를 위한 몸싸움은 기본이었다. 영화관람 자체가 투쟁이었다. 노동자들이 징계와 해고를 당했고 대학생이 전경에게 맞았다. 하지만 호평을 받으면서 전설의 고전으로 남았다. 노동영화 <파업전야>의 이야기다.

영화 제작자들은 인천 한독금속 사업장에서 위장폐업에 맞서 공장점거 파업 투쟁을 벌이던 노동자들과 합숙했다. 장면마다 노동자들에게 확인받기도 하고 회사가 전기를 끊으면 조합원들이 전기를 끌어와 촬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걔들 눈에 우리가 인간인가? 그야말로 개 값이다. 우리보다 싼 기계가 어디 있어!”

영화 속의 현장 분위기는 축축하다. 작업반장이 노동자들을 기계 취급하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가게 하고 물량을 맞추기 위해 잔업과 특근을 멋대로 시킨다. 산업역군, 수출전사라고 치켜세우지만 식판을 보면 너무하다.

그렇게 고생해도 월급은 한 달에 20만 원이다. 결국 원기와 석구를 중심으로 노동조합 결성을 위해 움직인다. 노동자들을 설득해 가며 노동조합을 우여곡절 끝에 만들지만 바로 해고당한다.

가난을 경멸하던 한수는 사측의 회유에 넘어가 구사대로 편입되어 위장 취업한 학생 출신 활동가 완익을 고발한다. 하지만 봉제공장 파업에 적극적인 여자 친구 미자와 대화하고, 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자본가에게 우리가 착취받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수없이 고민하면서 선택해나간다. 마지막에는 각성된 모습으로 몽키 스패너를 들고 노동조합 가입을 망설이던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동료들을 구하러 간다.

“노조? 아, 그 무슨 개뼉다구 같은 소리야?”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이 보이자 회사에서는 빠르게 움직인다. 분명 30년 전 영화인데도 우리에게 익숙한 노조탄압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는 것, 한수같이 성실한 노동자를 구사대로 편입시켜 노동자들끼리 분열시키려고 하는 것, 재빨리 어용노조를 만드는 것, 노조파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감시하는 것, 용역깡패들을 이용해서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 등등. 지금과 전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공장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회사가 만든 노동조합은 가짜이고 자신들이 진짜라며 선동한다. 지금의 언론에서는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어용노조와 민주노조를 똑같이 취급해 버리지만 이 영화에서는 민주노조와 어용노조의 차이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끝내 선택하는 것은 민주노조라는 점도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돌이가 이 세상의 주인이가?”

겉모습만 보면 영화가 보여주는 30년 전과 오늘날은 달라 보인다. 노동환경은 좀 더 세련되고 현대적이다. 하지만 정말 변했을까? 여전히 노동조합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조차 힘겨운 노동자들 역시 많다. 지배계급의 탄압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민주 노조로 뭉쳐 굳건히 앞으로 나아가는 노동자들이 있다. 영화에서처럼 말이다.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았던 공돌이 공순이가 투쟁을 통해 ‘노동자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점을 깨달아 나가는 영화의 내용처럼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고 착취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은 현재진행형이다.

진진

<노동자의 목소리> 15호, 5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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