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버스파업: 노동자 이동비용, 누가 부담해야 하나

그동안 노선버스 업종은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주52시간제 적용 제외 특례업종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노동시간 제한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1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적용받게 된다.

주52시간제가 도입되면 버스노동자들은 연장근로 시간이 줄게 돼 임금이 50만 원 이상 삭감된다. 생계를 이어가려면 줄어드는 임금이 보전돼야 한다. 노선버스를 기존과 같이 운행하려면 인력도 충원돼야 한다. 이 때문에 버스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려 했던 것이다.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버스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문제는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그것은 자본가들, 곧 노선버스 사업주들이 부담해야 한다.

또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을 고용한 자본가들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이란 노동자들의 생계비용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임금과 이동비용’을 자본가들이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찬가지 이유로 신규인력 충원에 드는 비용도 자본가들이 부담해야만 한다. 장시간 노동으로 고갈되는 노동력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신규인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정부와 자본가들

그런데 노선버스 사업주들은 자신들이 그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버스노동자들의 파업 뒤에 숨어서 정부, 지방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 결국 경기도가 요금인상으로 그 비용을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는 나머지 시도도 대부분 연내 버스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서울시를 비롯해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울산시를 제외한) 광역지자체들은 버스요금을 인상하는 대신에 세금으로 그 비용을 충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노선버스 사업주들의 이윤에 손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전체 자본가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생각도 없었다. 요금인상의 형태든 세금의 형태든 노동자들에게 그 비용을 청구했다.

그런데도 자본가들의 나팔수인 주요 언론사들이 ‘버스노동자들을 위해 요금을 인상하고 혈세를 낭비한다’고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버스요금이 오르고, 노동자들에게 세금부담이 가중되면 결국 전체 노동자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리라는 것을 자본가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결론은 버스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삭감을 강제하는 것이다. 사실상 모든 곳에서 모든 자본가들은 이와 같이 행동했다.

그러나 모든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싶은 자본가들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필요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압력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을 되돌려서 정부가 주52시간제를 무리하게 강제로 시행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버스 완전공영제의 필요성

이번 사태는 노동자들의 이동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결국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살짝 드러내 보였다. 사회적 생산에 필요한 노동자들의 이동비용은 노동자 개인들이 아니라 전체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이것이 버스 ‘완전공영제’를 도입해야 할 이유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직 생계에 필요한 최소비용만을 임금으로 지불받는 노동자들에게는 그 부담을 질 이유가 없다.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착취해서 끝없이 부를 축적하는 자본가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해서 그 부담을 지게 해야 한다.

김정모

<노동자의 목소리> 15,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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