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재인은 광주민중항쟁의 계승자인가 배신자인가?

문재인은 5.18 기념사에서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시민군의 마지막 비명소리” 운운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문재인의 본심은 곧 드러난다.

문재인은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라며 5.18을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모든 중요한 사회적 사건이 다 그렇듯, 광주민중항쟁도 계급에 따라 관점이 확연하게 나뉠 수밖에 없다.

노동자계급을 역사에서 지워 버린 기념사

자유한국당 일부에선 광주민중항쟁을 여전히 ‘북한군 개입 폭동’이라고 날조하기 바쁘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민주화운동’,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건 군사독재를 민간정부로 바꾸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사독재든 (김영삼 정부 이후의) 민간정부든 모두 자본가권력, 자본가계급 독재의 두 유형일 뿐이었다.

80년 5월 광주에서 노동자들을 비롯한 민중은 군사독재의 학살에 맞서 단지 추상적인 ‘자유와 민주주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것이 아니라 시민군을 조직하고, 도시를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노동자민중 권력의 맹아를 보여줬다. 따라서 80년 5월 광주는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민중항쟁’으로 불러야 한다.

광주민중항쟁의 배경이나 영향을 고려해보면, ‘독재 대 민주’의 대립을 넘어서는 ‘노동자계급 대 자본가계급’의 대립을 볼 수 있다. 79년 박정희가 죽자 쌓이고 쌓였던 불만이 폭발해 사북탄광노동자항쟁을 비롯해 노동자투쟁도 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두환은 쿠데타와 광주학살을 통해 민주화운동만이 아니라 역사의 무대에 솟구쳐 오르려던 노동자계급도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진출은 6월항쟁 직후 7.8.9노동자대투쟁을 통해 실현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기념사에서 (6월항쟁은 거론했지만) 7.8.9대투쟁 같은 노동자계급 투쟁은 쏙 빠뜨렸다. 노동자계급이 과거에서 배워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 광주 팔아 노동자 공격

“노사정 모두가 양보와 나눔으로 …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모든 지자체가 부러워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주 44시간 노동에 연봉 3,500만 원을 받고, 누적생산 35만대까지(약 5년간) 임금‧단체협약을 유예하는 나쁜 일자리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저질 일자리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대기업, 공기업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도 하향평준화하고 싶어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광주는 상생을 이끄는 도시가 됐다’고 하면서 ‘광주의 이름으로’ 노동자를 공격한다. 살인마 전두환이 광주학살을 통해 이루고 싶어 했던 것, 즉 노동자 착취질서 공고화를 강하게 추진하려 한다. 이것은 광주를 계승하는 척하며 배신하는 것이다. 광주의 아픔을 보듬는 척하며, 임금과 고용, 노조를 공격해 ‘새로운 광주의 아픔’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친구를 가장한 적의 혀를 조심하자. 80년 광주 이후만 고려하더라도 전두환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길게 이어져 내려오는 자본가정부의 바통을 물려받아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로막으며, 과로사를 부를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고, 노동법 개악을 통한 노조파괴를 획책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에게 광주는 단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 맞서 ‘80년 광주 투사’들처럼 단단히 뭉쳐 단호하게 싸우자.

김명환

<노동자의 목소리> 15,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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