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우조선 2차 총궐기, 대규모 하청노동자 조직화의 첫발을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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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금은 나왔다

지난 10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엄청난 분노가 확인되자 성과금은 15일(수) 노동자들에게 지급됐다. 하청노동자가 이렇게까지 움직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사측이 후폭풍을 걱정했음이 틀림없다. 하청업체에는 14일에 성과금을 일괄 지급하며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가 못박았던 기한을 가까스로 맞췄다.

업체들은 대우조선지회 단협에서 합의한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업체별로 지급기준일과 액수가 다 달랐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실제 지급총액보다 적게 지급했고 ‘재량껏 지급하라’는 지시만 내렸기 때문이다. 일당제, 물량팀, 이주노동자 등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결국 사측은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상용직(본공) 지급’이라는 합의만 지켰을 뿐이다.

2차 총궐기를 조직하라

2차 총궐기는 돈이 지급되든 안 되든 조직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단지 구체적인 날짜만 정하면 됐다. 하지만 언제 2차 총궐기를 할 것인지가 논란이 됐다.

‘14일까지 시한을 줬으니 당연히 15일(수)에 해야 한다’, ‘알리고 조직할 시간이 부족하니 하루이틀 늦추자’는 여러 의견들이 충돌했다. 우여곡절 끝에 2차 총궐기는 16일(목)로 잡혔다. 금요일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더 늦출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번 2차 총궐기는 원‧하청노동자들의 공동투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물론 1차 총궐기도 원‧하청노동자 총궐기이긴 했으나 정규직노동자들의 참여는 100여 명으로 적었다.

2차 총궐기 조직화는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됐다. 하청노동자들의 호응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웠다. 확실히 1차 총궐기를 조직할 때보다 더 대담해졌고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조선소밥 30년을 먹은 한 하청노동자는 1차 총궐기를 회상하며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 뜨겁고 가슴 벅찼던 경험을 어디 한 사람만 했던가! 2차 총궐기는 언제 하냐고 물어보는 노동자들의 눈은 이미 2차 총궐기가 돈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14일 성과금이 업체들로 지급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성과금을 받았으니 참여자가 줄 것이다’는 우려였다.

그래도 모였다

16일, 원‧하청노동자 2차 총궐기는 분명 1차 총궐기에 비해 참여자가 줄었다. 1,000여 명의 노동자가 집회대오를 형성했다. 정규직노동자들도 200여 명이나 참여했지만 1차 총궐기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

한편으론 “역시 돈을 받았으니 줄었구나!”는 실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과금 쟁취 투쟁을 치열하게 조직했던 동지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돈을 받았는데도 이렇게 많은 하청노동자가 참가하다니!” 정말 그랬다. 성과금을 받았는데도 집회에 참여한 하청노동자가 여전히 많았다!

조합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투쟁경험이 풍부한 노동자들도 아니다. 말 그대로 태어나서 집회에 처음 참여해 본 노동자들이 대다수다. 1,000여 명은 그래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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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돈을 받았기 때문에 줄었을까?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만약 10일 1차 총궐기를 준비하며 공식적이진 않지만 공공연히 말했던 15일 2차 총궐기를 했다면 어찌됐을지 모른다. 14일 저녁 부랴부랴 협력업체협의회 회의를 거쳐 알려지게 된 지급기준과 금액에 대한 불만은 15일 최고조에 달했다. 당연했다. 대우조선지회의 단협으로 약속된 것이었는데 달랐으니까. 그리고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의 요구는 ‘모든 하청노동자에게 성과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지 않은가. 이 경험으로 현장의 요구에 맞는 적절한 시기를 선택하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당당한 야드 행진

이날 행진도 규모는 줄었다. 10일에 비하면 초라한 200여 명의 노동자가 행진에 참여했다. 그래서 주눅들었나? 아니다. 이들은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집회와 마찬가지로 행진도 숫자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날은 절반이었지만 승리의 날이었고 노동조합 가입의 날이었다. 그런 날에 행진이 빠질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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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드를 돌며 하청노동자도 싸울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당당히 알리는 일은 중요했다. 16,600여 명(4월 말 기준)의 하청노동자 중 여전히 성과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반이 넘고, 받은 노동자들도 대우조선 사측의 장난질에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행진까지 참여하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반대로 행진까지 참여한 노동자들의 결의는 정말 높이 사야 한다. 행진에 참여한다는 것은 오후 일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성과금을 줬는데도 집회에 참여하고 행진까지 한 이들은 앞으로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구심이 될 것이다.

이제는 하청조직화가 핵심이다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의 투쟁은 일회적일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승리를 하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제자리도 돌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500여 명의 하청노동자가 집회를 하고 사장실에 쳐들어갔다고, 그래서 성과금을 받아냈다고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3월에 있었던 파워노동자들의 투쟁이다. 이 투쟁으로 파워노동자들은 2만 원 임금인상을 쟁취했지만 2개월도 안 된 지금 1만 원을 다시 삭감당하는 일이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버린 일당제 파워노동자들이 감당하기엔 사측의 각개격파 공격이 집요하다.

이제는 집단적 투쟁을 경험한 하청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조직돼야 한다. 다행히 16일 2차 총궐기에서는 하청노동자 120여 명이 집단가입하며 대규모 하청조직화의 첫발을 뗐다. 앞으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조직하며 당당한 노동자로 우뚝 설 것이다.

윤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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