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창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남긴 것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노동자 지역구, 진보정치 1번지라고 이야기하는 창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언론에서 떠드는 것과 달리 지역의 반응은 조용했다. 자한당 반대, 민주당 심판 등 기존 정치인들이 핏대를 세우는 이야기 말고 새로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창원에서 이른바 ‘진보 후보’로 출마한 이들은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민중당 손석형 후보였다. 지역에서 오랜 시간 노동운동에 몸담고 10년 이상 진보정치 운동을 해온 이들이다. 하지만 선거 기간에 누가 노회찬의 진짜 계승자냐를 놓고 다투더니, 후보 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또다시 논쟁을 벌였다.

정의당과 민중당의 날카로운 신경전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 합의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최종 결정되자 민중당은 민주당과 손잡은 정의당에 대해 원색적 공격을 퍼부었다. 또한 TV 선거방송이 보여준 진보 후보들 간의 논쟁에서는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만 존재했을 뿐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과 내용, 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한당은 안 된다는 심리로 진보진영 후보를 찍으려던 노동자들이 선거방송 이후 깊은 실망감을 드러낸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선거 후반부로 갈수록 경향성은 더욱 뚜렷해졌다. 민중당은 정의당 공격에 집중했고,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굳건한 결속을 통한 표심 모으기에 집중했다. 결과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승리였다. 자한당 후보와 겨우 504표 차이로 말이다.

드러난 정의당의 본질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은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 주저 없이 단일화했다. 말로만 노동존중을 외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ILO핵심협약 비준 문제 등에서 자신들의 핵심공약도 뒤집고 있는 문재인 정부, 광주형 일자리, 노동법 개악, 탄력근로제 도입 등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과 손잡은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 권민호 후보는 이명박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8년간 새누리당 소속 거제시장이었으며, 온갖 비리와 특혜 의혹에 휩싸여 있고, 노동자 해고와 노조 탄압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박근혜 탄핵 직후 자한당을 탈퇴하고 민주당 후보로 나섰는데도 거리낌 없이 단일화를 추진했다는 것은 정의당이 민주당과 정치적으로 얼마나 유사한 정당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중당이 더 나을까?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연합을 강화할수록 상대적으로 민중당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민중당 지지자들은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대우조선 매각 반대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민중당 손석형 후보는 노동자의 요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후보인가?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이 민주당과 단일화한 것을 강하게 비판한 손석형 후보는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 선거 당선을 목적으로 하는 야권 연대의 일상화, 당내 분파 싸움과 패권 다툼을 지켜봐 온 노동자들에게 정의당이나 민중당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하지만

90년대 후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외치며 민주노동당이 결성된 이후 노동자들을 대표한다고 자임하는 여러 당과 정치인들이 생겨났다.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도 여러 명 배출됐다. 창원 같은 노동자 지역구에서는 진보정당 시도의원들도 많이 배출됐다. 현 경사노위 위원장 문성현 역시 2012년 총선 때 창원에서 진보정당 후보로 나왔던 대표적인 노동운동 출신 정치가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노동자출신 국회의원이 생겨서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졌는가?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을 대변해주리라 기대했던 노동자 출신 정치인들이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입장에 동의해 주거나, 변질되어 그들의 일부가 됐다. 문성현처럼 말이다.

노동자계급 정당이 필요하다

투쟁을 경험해 본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이 요구하는 노예 같은 삶을 거부하는 순간 정부도 법도 자기 편이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선거 때마다 노동자들에게 굽신거리지만 당선되는 순간 철저하게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만든 법과 그들의 제도 속에서 노동자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환상에 사로잡혀 ‘당선’에 목을 매고 ‘의석수’에 연연할수록 그 운동은 노동자들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오로지 노동자 속에서 노동자의 힘을 신뢰하며 노동자와 함께 행동하는 진짜 노동자당만이 노동자들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다.

권보연

<노동자의 목소리> 14(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