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0채 부동산 임대사업자의 도산

갭 투자의 역습

경남 창원에서 한 임대사업자가 파산했다. 이 소식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이 임대사업자가 아파트를 200채가량이나 소유했기 때문이다.
이 임대사업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임대사업을 시작해서, 집을 늘려왔다고 한다. 싸게 나온 집들을 전세금을 끼고 2,000~3,000만 원가량을 구해 구입해 왔다. 일명 갭투자를 한 것이다. 집값이 계속 오를 때는 더 많은 이익을 얻고 반복적으로 집을 늘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상황은 바뀌었다. 2016년에 1억가량하던 소유 아파트의 전세가가 2018년에는 7,0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면 3,000만 원가량을 손해보게 됐다. 16년 전세가 1억하던 집이 18년 매매가 9,0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깡통전세가 되고 말았다.
이 업자가 파산하면서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떼일 상황에 처했다. 보증금 총액만 15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세입자들은 경매에 넘어가도 전세금을 온전히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세입자들의 대다수는 창원지역의 노동자들이다.

부동산 하락이 노동자의 이익인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부동산규제를 하면서 부동산 상승세가 멈추고 반대로 부동산 하락세가 시작됐다. 부동산 상승은 집을 가진 사람들, 특히 다주택자들에게 큰 이익이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부동산이 하락하면 세입자들, 노동자들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부동산 하락은 이번 사례처럼 깡통전세를 만들어 세입자들이 그동안 모아온 전세금을 날리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의 폭락은 노동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기도 한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겨우 산 사람들의 경우 집값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게 된다. 1억 3,000만 원 아파트를 3,000만 원 대출받아 샀는데, 1억 원으로 하락해버리면 대출금은 온전히 빚으로 남게 된다.
또한 부동산 가격하락이 지속되면 노동자들도 쉽게 집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부동산이 하락하면 은행 대출이 어려워져 집 사기가 어려워진다. 집값이 떨어져도 결국 싼 가격에 내놓은 부동산은 현금이 풍부한 부자들의 몫이 된다. IMF 위기, 2008년 세계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런 모습을 우리는 봐왔다.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그 이익은 못 가진 노동자들이 아니라 가진 자들이 가져간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이들

부동산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시세차익을 얻는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로 돈 벌었다고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것은 반대로 누군가는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대부분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과 정보를 더 쉽게 접하거나,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작전세력,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대자본이 이익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일부 노동자들이 눈치 있게 움직여 이득을 얻기도 한다.
반대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못 가지고, 정부정책에 휘둘리는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었다고 좋아하기만 해야 할까?

집은 투기대상이 되지 않아야

2018년 주택보급률은 103%를 넘었다.(여기엔 오피스텔과 같은 형태는 통계에서 제외돼 있기에 실질적 주택보급률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집을 가진 가구는 55%에 불과하다. 45%가량은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고 있다.
창원의 임대사업자가 집을 200채나 갖고 있다가 파산했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세입자, 노동자들이 떠맡게 된다. 집이 투기의 대상, 돈벌이의 대상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다. 1가구 1주택을 기본으로 해 다주택소유를 제한해야 한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안정적인 삶의 공간이 돼야 한다. 누군가는 200채를 갖고, 누군가는 월세를 전전하는 비정상적인 일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진환

<노동자의 목소리> 14호 기사(2019년 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