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회장님의 퇴직금, ‘퇴직금’이라 쓰고 ‘빨대’라 읽는다

재벌총수 퇴직금

재벌총수들의 상상을 초월한 급여와 주식배당금은 심심찮게 뉴스를 장식하며 성실히 일해 온 노동자들을 놀라게 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퇴직금에 입이 벌어지고 있다.
3월 27일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은 대한항공 주총에서 최고경영자 연임에 실패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회장님의 퇴직금’ 논란에 불을 붙였다. 조양호 전 회장은 퇴직금 명목으로 대한항공으로부터 적게는 600억 원에서 많게는 800억 원까지 받을 것이라고 한다.

‘마법의 계산법’

이는 재벌총수들의 퇴직금을 다룬 언론 기사들의 제목이다. 평범한 노동자의 퇴직금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재벌총수들의 퇴직금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평범한 노동자의 퇴직금은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계산된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의 30일분에 근속 연수를 곱하면 된다. 그런데 재벌총수들의 퇴직금은 여기에 ‘지급률’이라는 것을 더 곱한다. 이 ‘지급률’이 마법을 부려 상상할 수도 없는 퇴직금이 계산된다.
이 ‘지급률’은 제멋대로다. 3배수를 하든 6배수를 하든 재벌총수가 장악한 주총에서 정하거나 위임된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벌총수들은 계열사 몇 곳의 임원을 꿰차고 있기 때문에 금액은 몇 배로 불어난다.

비밀의 지급률

기업 임원들의 퇴직금 계산엔 대부분 비밀의 지급률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 지급률은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다.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상장기업의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의 보수현황이 공개되면서 확인되기 시작한 지급률은 여전히도 비밀에 쌓여 있다.
2015년 6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발표한 ‘상장기업의 임원 퇴직금 지급률 현황’에 따르면 1,849개 상장기업 중 임원의 퇴직금 지급률을 공개한 기업은 158개로 5.8%밖에 안 된다. 이렇다 보니 재벌총수의 퇴직금을 다룬 언론들도 비공개된 지급률을 역산해 추정하고 있다.

적자라도 올리고 받는다

재벌총수와 그 일가는 임원으로 이름만 올려놓거나, 심지어 출근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없는 연봉과 퇴직금을 받아간다. 적자가 나도 이들의 연봉과 퇴직금은 결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기만 한다.
두산 박정원 회장은 3,40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작년에 56.2% 늘어난 50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최근 사임한 금호산업 박삼구 회장도 회사는 5억 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 전환했지만 연봉은 11.6% 늘어났고, 약 24억 원의 퇴직금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조양호 전회장도 대한항공으로부터 9% 인상된 31억 3천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과연 노동자라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위기

자본가들은 경제가 어렵다, 회사가 힘들다고 노동자들에게 수시로 떠들어 댄다. 온갖 수치로 이를 정당화하고 노동자들에겐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자고 한다. 그리곤 희망퇴직, 임금동결, 복지축소, 생산성 향상 등등을 노동자들에게 들이민다.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동자에 비해 온갖 부정부패를 저질러도, 경영실패의 책임이 있어도 자본가들은 상상할 수 없는 돈을 가져간다. 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다. 일한 만큼 가져가는 사회가 아니라 자본가만이 모든 것을 누리는 사회, 노동자는 아무리 오래 일해도 잘해야 제자리걸음인 반면 자본가는 노동자의 등에 빨대를 꽂아 갈수록 부유해지는 사회가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윤용진

<노동자의 목소리> 14호 기사(2019년 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