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생일’을 보고 : 현실은 영화처럼 끝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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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 없는 수호의 생일파티

아늑해 보이는 가정집은 생일 밥상도 차려져 있고, 수호가 좋아하던 물건들도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곧 수호의 소중한 사람들이 다 모인다. 수호의 어릴 적부터 사고 직전까지의 사진을 모은 영상으로 생일파티는 시작한다. 이어서 그리움이 뚝뚝 떨어지는 수호의 소중한 이웃집 동생의 편지 낭독이 이어졌다. 모인 사람들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그를 추억하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한 생존자 학생은 참사 당시 수호가 뒤에서 자신을 밀어 올려 준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다른 유가족은 “그런 수호 곁에 내 아이가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다.”며 위로를 건넸다. 수호 엄마 순남은 따뜻한 힘이 가슴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그동안 왜 혼자서 울고만 있었을까, 후회 섞인 한마디로 입을 열었다.

유가족들의 삶

그동안 순남은 이웃집 우찬 엄마의 수호 생일 파티 제안을 몇 차례나 거절해왔다. 순남은 그저 어린 딸 예솔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마트 캐셔 일을 하며 매일을 겨우 살아가기 바빴다. 옆의 직원들이 아무렇지 않게 세월호 관련 보도에 대해 한마디씩 던지는 걸 보면 아마 그들은 순남이 유가족인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오후에 퇴근하는 길목에는 유가족 협의회가 시민선전전을 하고 있었지만, 차 안의 노래 볼륨을 키우고 시선을 돌리며 회피하기만 했다.
순남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회든, 청와대든 마다하지 않고 투쟁하러 가던 강인한 유가족 동지들의 모습과는 꽤 달라보였다. 하지만 순남이라는 인물은 유가족들이 미디어 뒤편의 삶에서 어떤 고통을 느끼는지 생생하게 잘 담아내고 있다.
대다수 유가족은 참사 이후에 괴로워서 미칠 것 같아도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일해야 했을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는 자신이 ‘정상적인 노동자’임을 회사에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가족협의회 예은 아빠는 언론에 “과장도 미화도 없이 우리 얘기 그대로를 담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이 영화를 보라”고 전했다.

현실은 영화와 같이 끝맺을 수 없다

참사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대체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역사는 2014년 11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드러난 정황만 보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국가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렇기에 특별조사위원회는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 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야만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은 유가족과 광범위한 대중의 요구를 묵살하고 특별법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삭제했다. 이에 항의하는 집회에는 ‘감추는 자 범인이다!’라는 구호가 가득했었다.
그 이후에도 온갖 비협조와 방해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1기 특조위가 거의 강제로 해산되고 현재는 2기 특조위가 출범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사권조차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에 유가족들은 최근 정부에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2기 특조위와 공조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영화는 생일 모임을 통해 순남에게 치유가 시작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지만 현실은 결코 그와 같이 막을 내릴 수 없다.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누가 책임져야하는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밝혀낼 수 없다면 유가족과 우리의 가슴속은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깨비

<노동자의 목소리> 14호 기사(2019년 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