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학의 사건 — 어떻게 불러야 할까?

별장성접대담당검사

사건에 붙여지는 이름은 해당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힘을 가진다. 김학의 사건이 드러난 초기에, 이 사건에 붙여진 이름은 ‘성접대 사건’이었다. 성접대라 명명해 이 사건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성접대에 동원된 잠재적인 공범이 됐다. 또한 사건 자체가 건설업자와 검찰 고위직 사이에서 발생한, 흔하디 흔한(?) 로비 정도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더러운 커넥션

윤중천이라는 건설업자가 있다. 자신의 사업에 도움을 받고자 대부분의 자본가들이 그렇듯이 사회 고위층과 결탁했다. 윤중천이 택한 방법은 자신의 별장에 힘깨나 쓰는 자들을 불러모아 접대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윤중천은 접대 상대에게 돈과 여성을 제공했다.
여기에 필요한 여성을 조달한 방법은 충격적이다. 해당 여성에게 접근해 환심을 사고, 마약과 최음제를 억지로 먹여 성폭행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여성을 협박했다.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난 뒤 고위층을 접대하는 자리에 이 여성들을 동원했다. 물론 이 과정도 동영상을 남겨 나중에 고위층을 옭아맬 자신의 무기로 쓰려 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1년 6개월 동안 피해 여성이 30명이라고 한다. 윤중천의 별장에 드나든 자들은 병원장, 교수, 고위 공직자, 기업 임원과 대표, 기자, 정치인 등 소위 말하는 사회지도층이었다.

범죄를 눈감아준 자들

하지만 이들은 범죄가 드러난 2013년 이후로 처벌받지 않았다. 분양 사기와 불법 대출 등의 혐의가 있던 윤중천도 처벌받지 않았다. 박근혜정부의 초대 법무부차관이었던 김학의는 특수강간 혐의에도 검찰로부터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성폭력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존재하고 피해 여성이 용기를 내 자신을 드러내고 처벌을 요구했는데도 말이다. 당시 검찰은 특수강간 혐의를 빼기 위해 경찰에 압력을 가했고, 청와대는 수사 라인을 좌천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봐주기식 태도는 문재인정부에 들어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의 엄정한 수사 촉구 이후 검찰에 특별수사팀이 꾸려졌지만, 최근 윤중천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김학의에 대한 출국정지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김학의가 새벽에 몰래 출국을 시도하다가 걸리기도 했다.

본질은 자본과 권력의 유착

언론과 여론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김학의 성범죄 사건’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피해 여성들을 고려했다는 측면에서는 진일보한 규정이지만 부족하다. 이렇게 규정하면 윤중천과 김학의로 이어진 일부 자본과 권력의 부도덕한 범죄를 드러내고 처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사건에서 성범죄 현상 속으로 더 뚫고 들어가 보면, 자본주의 제도 안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자본과 권력의 유착, 이들의 공생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자본은 이윤을 보장받기 위해 불법, 탈법을 동원해 권력과 유착했다는 게 밝혀졌다. 대선 때마다 등장한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문제가 된 KT 불법채용 건도 자본과 권력의 유착을 보여주는 백만 가지 사례 중 하나다. 규모가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 자본가들이 돈으로 권력을 매수하고, 매수된 권력은 법과 제도로 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자본주의 제도가 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김학의 사건은 자본주의가 썩을 대로 썩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본주의 치부 사건’이다.

 

금속노조 다스지회 조합원

<노동자의 목소리> 14호 기사(2019년 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