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물국회’의 진흙탕 개싸움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이 법안들을 안건 신속처리 제도(패스트트랙)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법안 상정을 막기 위해 몸싸움과 회의장 봉쇄, 집기 파손, 장외투쟁 등으로 맞섰다. 29일 밤늦게 법안이 상정되면서 충돌은 일단락됐지만, 최장 330일이 걸리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갈등은 되풀이될 것이다.

분노의 대상이 된 자유한국당

‘동물국회’ 속의 야만적 충돌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의 행태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부터 독재의 피를 물려받은 정당의 입에서 “독재타도, 헌법수호”란 구호가 나오는 장면은 역겨울 뿐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고 핏대 세우던 자들이 법을 어기며 깽판치는 모습을 보니 기가 막힌다.

자유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열흘 만에 15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다. 대중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이게 개혁이라고?

패스트트랙을 추진한 여야 4당은 개혁입법의 승리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정말 그런가? 공수처 법안에서는 애초의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기소 대상에서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의 친인척 등이 빠졌다.

선거법 개편에는 선거연령 하향, 지역구 축소와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포함됐다. 참정권을 확대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졌다.

하지만 정당지지율이 최소 3% 이상이어야만 비례대표가 될 수 있는 봉쇄조항은 그대로다. 또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지지율의 50%만 반영된다는 한계도 있다. 애초에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에게 유리한 선거제도 자체는 손도 대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야를 국회에 가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지금 국회 안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 중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거나 증진시키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보면 결국 이번 사건은 1년 남은 총선을 앞두고 당리당략과 지지세 결집이라는 계산에 따라 벌어진 충돌이다.

비록 지금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잡아먹을 듯 대치하고 있지만 노동자를 공격하는 데에서는 한몸과 같이 움직였다. 결사의 자유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중대재난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 등 노동계의 요구는 온갖 이유를 들며 막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와 같은 노동개악에서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노동자들이 국회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다. 국회가 그나마 개혁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박근혜를 끌어내린 대규모 촛불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사법, 선거개혁 시늉을 하면서 과로사와 공짜야근을 강요할 탄력근로제 확대, 모든 노조를 식물노조로 전락시키려는 노동개악을 시시각각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저 지배자들의 국회다. 바로 노동절에 정의당을 포함한 여야 4당은 “탄력근로제 도입 등 노동관계 관련 법령의 심의 역시 시급”하니, 자유한국당은 법안 심의에 빠르게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진짜 중요한 건 ‘동물국회’ 속 저들의 싸움이 아니라, 자본과 정권에 맞선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최저임금 개악과 노조법 개악 저지,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기업살인법 제정 등을 위한 모든 노동자의 투쟁!

현장신문 1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