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해선 전철 – 문재인정부도 철도민영화는 그대로

‘살인의 추억’과 ‘죽음의 호수’에서 ‘꿈의 도시’로! 서해선 전철이 신설되면 연쇄살인사건과 공단 폐수의 시화호로 유명했던 화성이 새로 탄생할 것이라는 광고 문구다. 이런 꿈을 안고 경기 안산시와 부천을 32분 거리로 잇는 서해선(소사~원시) 복선전철이 2018년 6월 16일에 개통됐다. 북쪽으로는 2021년에는 서해선(소사~대곡)이 개통된다. 남쪽으로는 향후에 서해선(원시~홍성)·장항선 등과 연결될 것이다.

하지만 서해선 운영은 매우 복잡하다. 서해선(소사~원시) 사업시행자는 이레일(주)과 서부광역철도(주)다. 이레일은 이명박 정부의 ‘철도선진화’(민영화) 정책에 따라 2008년에 만들어진 민간철도회사로 NH농협이 90%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국토부는 운전과 차량정비를 서부광역철도(주)에 맡겼고, 서부광역철도(주)는 이를 다시 한국철도공사에 위탁했다. 국토부는 역 운영 및 전기/신호/통신/토목 등의 시설물 유지보수를 이레일에 맡겼는데, 이레일은 다시 서울교통공사와 그 자회사인 소사원시운영(주)에 공동위탁했다. 결국 이레일은 광고, 음료수 판매, 임대사업 같은 부대사업만 한다.

코레일이 운전, 차량정비만이 아니라 유지보수와 역 업무를 포함해 모든 업무를 직접 맡으면 간단한데, 왜 이렇게 복잡할까? 이명박 정부가 철도민영화를 밀어붙였고, 박근혜, 문재인 정부는 그 정책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은 나 몰라라

이런 복잡한 구조의 민영화는 어떤 문제를 낳는가? 노동자 숫자가 다른 곳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안전인력이 부족해 ‘2인 1조’ 근무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선로전환기가 작동하지 않고, 궤도가 끊어져도 1인 근무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유지보수에 다른 분야 직원을 투입하기도 한다. 채용공고와는 다른 업무다. 통신직이 전기에, 전기직이 궤도분야에 투입되기도 한다. 이것도 모자라 사무직렬에 가까운 역무원에게 건축, 기계 업무도 맡게 하려 한다. 그러니 유지보수가 잘 될 리 없고, 사고가 안 날 리 없다.

사실 서해선은 운행 첫날부터 사고를 줄줄이 냈다. 스크린도어 앞에 설치된 철제 천장이 승객들이 오가던 중에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하철이 운행 중 갑자기 멈춰 50대 여성 등 승객 2명이 다쳐 열차 운행이 15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급제동 사태가 가끔씩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가 나도, 관련 업체가 많아 핑퐁 게임하듯 서로 책임 떠넘기기 일쑤다.

노동자의 고통도 나 몰라라

노동조건도 열악하다. 서울교통공사는 4조 2교대를 실시하는데,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소사원시운영(주)의 노동자들은 3조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급여도 서울교통공사, 철도 정규직 임금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 정문성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초창기 9호선과 같은 비숙박 제도라서 역무원들은 새벽 4시에 출근하고, 밤 12시 40분 정도에 퇴근해야 한다. 새벽에 제때 못 일어날까 봐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전보 기준도 없어서 회사에서 어느 역으로 가라고 하면 가야 한다. 가령, 부천 소사역에 있던 사람을 안산 원시역으로 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고, 싫으면 퇴사해야 한다. 그래서 이직률이 30~40% 정도로 매우 높았다.”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쌓인 불만이 많았기에 지부에 거의 다 가입했다. 지부는 지금 노조 사무실, 대의원 활동시간 보장 등 기본협약을 맺기 위해 사측과 협상하고 있다. 4,5월부터는 임·단협도 시작할 예정이다.

노동자의 힘으로 ‘철도 하나로’

작년 12월 KTX 강릉선 탈선사고는 철도 운영(코레일)과 시설(한국철도시설공단)의 상하 분리 때문에 발생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어이없게 사고의 책임을 코레일에 떠넘기면서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서 떼어 내고, 코레일과 SRT(수서발 KTX)의 분리를 고착화하려 하고 있다. 철도는 네트워크 산업이라 유기적으로 통합해서 운영해야 하는데, 자꾸 쪼개서 자본가들의 배를 채우려고 이명박근혜 정부의 분할민영화 정책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서기 위해 최근 ‘민영화 안돼 철도 하나로 운동본부’가 출범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코레일과 SRT, 운영과 시설을 통합할 뿐만 아니라 서해선처럼 민영화된 기존 철도사업을 코레일로 통합하라고도 주장해야 한다.

자본가정부의 본색을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문재인정부한테 기대할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안전과 노동자 권리는 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만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