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독자 투고]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 4.13 특수고용노동자 결의대회를 맞이하며

{이 글은 특수고용직노동자인 <노동자의 목소리> 독자의 투고 글이다. 투고해 주신 동지에게 감사드린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는 무려 221만에 달합니다. 2011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130만 명)와 비교하면 7년 새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며, 특수고용노동자 투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까?

먼 옛날 노예제에서 착취당하던 노예들은 노예 해방을 위해 투쟁했으나, 지배계급은 토지를 매개로 한 농노라는 새로운 착취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 봉건제에서 착취당하던 농노들은 농노 해방을 위해 투쟁했으나, 지배계급은 임금노동자라는 보다 고도화된 착취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본주의에서 착취당하던 노동자들은 노동 해방을 위해 투쟁했으나, 지배계급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자영업자처럼 보이는, 직접고용이 아닌 착취 형태를 만들어 착취를 더욱 은폐하면서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땅의 피지배 계급은 끊임없이 착취와 억압의 사슬을 끊기 위해 투쟁해왔고, 지배계급은 그들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자본주의 생산력의 발전, 공장 자동화,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발전 속에서 제조업 노동자의 상대적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며, 서비스 등 새로운 분야의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기술은 발전하지만 소수 자본이 착취하고 다수 노동자가 착취당하는 사회구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투쟁과 저항에 직면한 자본가들은 착취구조가 더욱 은폐된 노동형태, 즉 특수고용노동을 확대하면서 착취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4월 13일 1만 명 총파업을 선포한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건설기계 장비 할부값이 한 달 200만 원이에요.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남짓. 일할수록 빚만 늘어요.”라며 “배고파 죽고, 빚 갚다 죽겠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료 정책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팽개치고, 월 2만원을 내면 콜 우선권을 주는 프로서비스를 출시해 대리기사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런 착취와 억압에 맞서려면, 노동자들이 최소한 노조로 단결해서 싸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부는 지난 2년 동안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해 전국대리운전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했고, 전국건설노조가 제출한 설립사항 변경신고서는 퇴짜를 놓았습니다.

이처럼 자본가계급은 특수고용노동 형태를 통해 노동자들을 자영업자로 위장시키고, 노동 관련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착취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요구는 많고, 투쟁은 끝이 없습니다.

체불임금 방지를 위한 임금지급보증제도 등의 건설근로자법 시행 요구, 화물 운송의 과도한 운임경쟁을 막고 화물노동자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안전운임제 실시 요구, 대리업체의 횡포와 과중한 대리운전보험료 개선을 요구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 보험회사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수당규정과 부당해촉에 맞서 싸우고 있는 보험설계사, 회사의 실적을 채우기 위한 가짜 회원 강요 등에 맞선 학습지교사들의 투쟁 등등…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부당행위와 생존권 위협은 너무나 극심하지만 그 어떤 법도, 그 어떤 정부기관도 제대로 보호해 주지 않으며,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노조할 권리조차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수고용노동자 투쟁의 일차적 과제로 노동3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 쟁취가 계속 떠오릅니다. 만약 220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쟁취해 노조로 단결하고, 파업을 통해 생존권을 쟁취하려 한다면 자본가들은 이윤에 치명타를 입을 것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 쟁취 요구는 자본의 거대한 저항을 받고 있으며,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부와 국회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부와 국회의 저항, 근본적으로 자본가 집단의 저항을 분쇄할 때 쟁취할 수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쟁취를 넘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임금노예제의 사슬을 끊고 노동자가 회사의 주인이 되고, 세상의 주인이 되는 것까지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윤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으로 경제체제를 바꾸어야 합니다. 무분별한 개별기업의 경쟁을 멈추고, 노동자 대표들이 모여 생산량과 노동시간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인공지능 등 모든 기술의 발전이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수단이 아니라 노동자의 풍요로운 삶을 돕는 수단이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본주의 임금노예의 사슬을 끊고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 노동해방의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투쟁의 선두에 바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서야 합니다.

4.13(토) 3시 특수고용노동자 결의대회에 많은 지지와 참여, 연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