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라 쓰고, 노동자 죽이기라 읽는다


2018년 2월 14일. 한때 27만여 대를 생산하고, 3천여 명이 일하던 군산공장이 하루아침에 폐쇄됐다. 게다가 지엠은 정부와 여론까지 압박하면서 2천 명이 넘는 희망퇴직과 임금동결, 복지축소를 관철시켰다. 정부로부터 8천억 원이 넘는 혈세까지 뜯어냈다. 그로부터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의 일터는 정상화되고 있는가?
결코 아니다. 창원과 부평 공장에 대한 노동부의 불법파견 근로감독 결과로 시정명령과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지엠은 행정소송을 통해 돈 한 푼 내지 않고, 시간끌기로 버티고 있다. 부평 2공장은 계속된 물량 축소로 작년 9월부터 1교대로 전환되면서 또 다시 비정규직들이 해고됐다. 부평 부품물류센터는 올해 2월 1일부로 통폐합 통보를 했고,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발표했다.
창원공장도 계속 물량이 줄면서 올해 말에 1교대 전환과 함께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예상된다. 이미 창원공장에 약속됐던 CUV 신차 배정은 노동강도 강화와 현장 통제를 위한 압박카드로 악용되고 있다.

단협 승계 거부, 성과연봉제 부활

어디 이뿐인가? 지엠의 공격은 현장을 넘어 사무직까지 확대됐다. 그것도 아주 창의적인 방식으로. 먼저 멀쩡하게 유지해온 연구개발 분야를 1월부터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로 법인분리했다. 신차 연구개발과 생산, 판매, 정비까지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운영하는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의 상식을 깨트린 것이다.
이에 따른 추가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을 노조가 우려하자 지엠은 신차연구개발을 배정하고, 사무직 전적 직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엠은 원래 약속했던 준중형SUV 개발권을 중국으로 넘기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지엠과의 협상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산업은행은 지엠의 말바꾸기에도 무책임하게 눈감고 모른 체하고 있다.
신설법인으로 전적한 사무직들의 처지는 풍전등화와 같다. 지엠은 노조의 단협 승계를 거부하고, 가장 기본적인 조합비 공제와 전임자 타임오프제도 거부했다. 최근에 입사한 신규사원에게는 기존 사원과 달리 성과연봉제와 쉬운 징계가 추가된 새로운 취업규칙을 들이밀었다. 단협을 둘러싸고 어렵사리 만들어진 교섭 자리에서도 사측은 무려 70여개의 개악안을 제출했다.
핵심적으로는 사무지회가 투쟁을 통해 쟁취한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부활시키는 것, 그리고 징계와 전환배치를 쉽게 하고, 고용과 관련된 회사 합병이나 외주화 등에 대한 ‘협의’ 규정을 ‘통보’로 바꾸고, 근무시간 중의 노조활동도 담당부서에 사전 보고해야 한단다. 한마디로 지엠 마음대로 직원들을 경쟁으로 줄 세우며 고용과 생존권을 좌지우지하고, 노조활동을 옥죄어 와도 직원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

움직이는 만큼 살길이 열린다

여기까지가 지엠이 경영정상화를 부르짖으며 1년 동안 벌인 짓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며칠 전 한국지엠 사장은 노조 간부들과의 경영설명회 자리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3,500만 원짜리 광주형 일자리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엠이 펴낸 사업 보고서에는 한국 정부의 불리한 행정명령으로 통상임금 소송과 비정규직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조 원이 넘는 우발성채무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현장의 무기력과 정부의 방조가 지엠의 구조조정 공격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다행히도 부평에서는 정규직, 사무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엠의 구조조정 공격을 폭로하고, 함께 살자는 취지로 공동 대응을 위한 실천들을 1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이런 소중한 실천들이 현장 곳곳으로 파고들고, 대중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만큼 생존권과 고용보장의 숨통이 열리지 않을까?

정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