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도네시아 SKB 노동자들을 지지하자


문재인의 립서비스

문재인은 최근 인도네시아 SKB 봉제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당국과 적극 공조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SKB 사장 김재철은 인도네시아에서 봉제 사업을 20년 넘게 해왔던 인물로 이미 9년 전에 다른 도시에서 야반도주를 한 전력이 있다. 또한 최근 한국자본가의 야반도주는 최소 네 건이나 확인됐으며 한국 자본가들의 인도네시아 노동자 착취 수준은 아주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침묵해오다 갑자기 SKB 사건만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자본가계급과 인도네시아 노동자계급

한국 자본가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천연자원 개발 산업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그러다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이 대거 진출한 것은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한 반면,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60년대부터 시작된 수하르토 군부독재 하에서 여전히 억눌려 헐값으로 노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시아를 강타한 98년 외환위기 사태로 쌓여왔던 인도네시아 민중의 불만이 폭발하자, 결국 수하르토가 사임하고 몇몇 개혁 조치가 이행됐다. 이는 노동자들이 대거 민주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에 나서는 발판이 됐다. 하지만 새로운 인도네시아 정부는 형식적 노동권을 보장하되 오히려 외주화를 대폭 확대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시달리게 만들었다. 한국과 유사하다.

SKB 노동자들이 당해온 것들

SKB 봉제 공장의 노동자 4,000명가량도 ‘도급제’라는 이름으로 끔찍한 착취를 당해왔다. 원청이 지정한 월별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아예 월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평균 주 20시간 이상을 무급으로 초과노동을 해왔다. 그들은 새벽 5시에 기상했으며 저녁 8시에 퇴근했다. 하지만 대부분 여성이었고, 그중 상당수가 혼자 아이를 키웠기에 더 나은 일자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30분의 점심시간 동안 공장 밖 노점에서 자비로 식사를 사서 공터에 앉아서 먹었으며 화장실에 가고, 종교의식까지도 치러야만 했다.
그러나 SKB는 그런 삶도 빼앗아갔다. 작년 8월, 사정이 어렵다며 월급의 15프로가 넘는 돈을 떼어 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10월 5일 월급날에 사장은 임금과 사회보험료 72억을 훔쳐 야반도주했다. 노동자들은 반년 이상 수입이 끊겨 자식의 학비를 대지 못하고 있고, 자가용을 차압당했으며 지병을 치료받지 못해 목숨조차 부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정부의 계산

이후 노동자들은 조를 짜서 24시간 내내 공장 앞을 지키고 있으며 계속해서 자국 노동부 압박과 여론화 활동을 이어 왔다. 인도네시아 노동부 장관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공식석상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자 문재인 정부도 답변해야만 했다.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과 정치적,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 미국과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동남아 노동자들을 더 많이 착취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은 고작 몇십 억 체불임금 사건 때문에 장기적인 착취의 기회를 잃고 싶지 않아 SKB 문제해결을 독려한 것일 뿐이다.

국제 노동계급의 이익은 하나다

하지만 한국 노동자계급에게 신남방정책은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이 정책은 한국 자본가들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노동조건을 비교하며, 한국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투쟁이 확산되고 승리하면, 한국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비교, 경쟁, 양보 압력에 더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이처럼 노동자계급의 이익은 국제적으로 연결돼 있다. SKB 노동자들의 온전한 체불임금 지급 및 피해 보상 등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자.

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