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향을 잘못 잡은 대우조선의 매각중단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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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철회, 공기업화, 공공조선…

정부와 현대중공업의 거침없는 행보에 대우조선지회와 거제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연일 집회, 상경투쟁, 토론회 등을 열며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에 매각된다면 지역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며 각종 논리들로 성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완전한 공기업화나 성동조선, STX조선해양 등 중형조선사를 묶어 지역 중심의 공공조선사를 설립하자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세부적으론 차이가 있으나 모두 공기업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측면에선 동일한 입장이다.

요란한 수레

대우조선지회는 매각중단을 끈질기게 요구하며 수백 명씩 상경투쟁을 하고 현장 집회와 지역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수십 년을 뒤돌아보면 최근의 집회동력은 놀랄 만큼 큰 규모다. 그만큼 조합원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현장에서는 매각중단이든, 공기업화든 크게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 3월 13일 서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신상기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공기업화 주장에 대해 우호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일부 정치세력들이 여론화하려 하지만 13조 원의 공적자금 투입 사실과 직면하면 공기업화 주장은 힘을 잃어버린다.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비판하며 다시 공적자금으로 유지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우조선의 다수를 차지하는 하청노동자들은 매각문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차피 누가 인수하든 비정규직노동자의 삶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책 없는 매각 이후

3월 8일 본 계약을 체결하며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대우조선의 자율경영과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문재인도 19일 국무회의와 22일 대구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고용의 불안이 없도록 하라고 했다.
정부와 현대중공업은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지 잘 알고 있다. 바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다. 노동자들과 기자재업체를 운영하는 중소자본가들의 불안을 달래는 모양새가 믿을 수 없다 치더라도 현재로선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척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정부와 현대중공업은 잘 파고들고 있는 것을 정작 투쟁의 주체인 대우조선지회는 매각중단만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고용불안 때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면 매각이 중단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핵심은 3승계 보장과 조직 확대

만약 매각이 무산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실사의 핵심을 원가구조 분석으로 두고 있다. 만약 이번 실사에서 재정부실이 드러나거나 가장 큰 걸림돌로 거론되는 경쟁 당사국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불승인된다면 대우조선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 다음에 그동안 미뤄왔던 대규모 구조조정이 오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요구는 3승계(고용·단체협약·노동조합)의 확실한 보장일 수밖에 없다. 또한, 조직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만약에 있을 구조조정을 대비해야 한다. 사무직노동자의 조합가입, 하청지회와의 1사1노조 추진은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말로만 사무직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매각중단 투쟁에 힘을 실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조합가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각이 되든 안 되든 노동자의 삶을 지킬 수 있는 건 스스로의 강력한 단결력이기 때문이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