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우조선해양 파워노동자 2주간의 파업투쟁 조선하청노동자의 잠재력을 보여주다!


2월 26일(화) 대우조선 하청업체 파워그라인더(이하 파워) 노동자들이 일당 2만원 인상과 불법적인 퇴직적치금(사장이 부담해야 되는 퇴직금 명목으로 일당에서 일정액 공제) 폐지를 내걸고 파업 아닌 파업을 시작했다.(참고로, 파워그라인더는 배에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 철판의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철판 면을 고르게 갈아내는 작업이다.)
이 투쟁은 2주간 진행됐으며 다소 부족했지만 대중적 투쟁으로 성장하며 하청노동자들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투쟁의 배경

조선소 노동자들은 수년간의 구조조정으로 원·하청을 막론하고 임금이 하락해왔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하락은 그 정도가 더 심각했는데 파워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들어 일은 늘어나고 있었지만 추락한 임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심각한 임금하락으로 불만이 쌓이는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에게 들려왔다. 현대삼호중공업 파워노동자들이 3일간의 작업거부로 일당을 2만원 인상시켰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은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에게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용기를 줬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하청지회

파워노동자들은 조직적이지도, 파업투쟁을 해본 적도 없었기에 첫날은 그저 일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정도였다. 그동안의 경험상 며칠 작업거부를 하면 일당을 올려주곤 했던 업체사장들은 이번엔 꿈쩍도하지 않았다.
이때 어느 정도 파워노동자들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는 작업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파워노동자들을 길거리에서 만나 구체적 상황을 파악했고 개입할 고리를 찾았다.
하청지회는 이 작은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대우조선지회(정규직)와 연대해 파워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투쟁을 조직적 파업투쟁으로 성장시키고,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대중투쟁의 성장

처음엔 파워노동자 한 명이 하청지회와 논의를 시작했다. 다음날은 15명, 그 다음날은 50명, 이렇게 파워노동자들이 대우조선 근교에 있는 조각공원에 모였다. 전날보다 몇 배씩 늘어나는 동료를 확인한 파워노동자들은 좀 더 조직적이고 과감한 투쟁을 결의해 나갔다. 급기야 수동적인 작업거부 수준의 투쟁에서 과감한 현장투쟁을 결의하게 된다.
첫 현장투쟁이 시작된 3월 4일(월)에 80여 명의 파워노동자들이 투쟁에 참여했다. 다음 날은 100여 명, 그 다음날은 150여 명, 이렇게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은 늘어났다. 3월 6일(수)에는 신상기 대우조선지회장이 파워노동자들의 현장집회에 참가해 지지와 엄호를 약속했다.
파워노동자들은 모든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장을 순회하고 도크장을 에워쌌다. 심지어, 정규직노동자 투쟁의 전유물처럼 보였던 민주광장에서 당당히 하청노동자의 집회를 결행했다. 파워노동자들의 투쟁은 날이 갈수록 성장해 300여 명까지 불어났다.

심장이 터질 듯한 경험

첫날, 파워노동자들의 현장투쟁을 지켜본 하청노동자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어떤 노동자는 음료수를 사다주고, 어떤 노동자는 지나가며 주먹을 불끈 쥐고 함께 “투쟁!”을 외쳤다. 어딜 가나 파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우호적 눈길이 있었다.
파워노동자의 파업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한이 있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파워노동자들은 작업을 하지 않았다. 파워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하자 1, 2도크는 거의 일이 되지 않았다. 300여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생산을 멈춘 것이다!
이 투쟁에 참여한 파워노동자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경험을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 하청노동자들! 그동안 얼마나 차별받고 억눌려 왔는가!
조직된 정규직노동자들도 연속 2주간 파업을 결행하기 힘들다. 그런데 1개월, 2개월 단기계약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 있는 파워노동자들은 생존권과 가족의 생계까지 모두 내건 말 그대로 벼랑 끝 투쟁을 해냈다.

한계와 성과

2주간의 투쟁으로 일당은 2만원이 인상됐다. 하지만, 공문화시키지도 못했고, 기본급이 아닌 인센티브 출근수당 등 편법적 방식으로 인상했다. 불법적인 퇴직적치금 폐지는 쟁취하지 못했다.
이런 한계가 있지만 이 투쟁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사이에서 계급적 공감대를 얻어냈다. 노동자가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대와 계급적 단결이 필수라는 점을 적어도 투쟁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느끼고 공감했다.
진정한 친구가 누구이고 가짜 친구가 누구인지는 자신이 아프고 힘들 때 알게 되는 것처럼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사측과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본다. 파워노동자들은 이번 투쟁 경험으로 노동자는 하나라는 점을 배우기 시작했고, 하청노동자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그리고 사측이 얼마나 비열한지도 똑똑히 보았다.
대우조선 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다음 하청노동자투쟁은 현장과 지역을 넘어 퍼져 나갈 것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과 세계 곳곳의 노동자투쟁을 우리들이 기억하는 것처럼!

대우조선지회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