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성 100만원, 여성 63만원 한국은 남녀 임금격차 꼴찌


1908년, 미국의 봉제공장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면서 남성노동자 임금의 반도 못 받던 여성 노동자들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3월 8일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1만 5천 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단결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궐기했다. 이를 계기로 1910년 국제여성노동자 회의에서 독일 혁명가 클라라 체트킨의 제안으로 여성의 날이 지정됐다. 그래서 해마다 3월이면 여성노동자의 삶이 잠깐이라도 주목받는다.

오늘날 여성 노동자들의 삶

국제노동기구(ILO)는 3·8세계여성의 날에 ‘양성평등을 향한 도약’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여성은 13억 명, 남성은 20억 명이 고용돼 있다. 남녀 간 취업자 격차는 무려 26%였다.
한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혼 남녀의 고용률 격차는 1.6%에 불과하지만 결혼한 남녀의 고용률 격차는 28.5%로 18배나 차이가 난다. 2018년 통계청의 일·가정 양립지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결혼한 남성 고용률은 81.9%인 반면 결혼한 여성 고용률은 53.4%에 그친다. 둘 사이 격차가 28.5%나 된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살아남는다 해도 높은 임금격차와 두터운 유리천장 속에 갇힌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 비율은 63%다. 남성이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은 63만 원을 번다는 의미다.
남녀 임금격차는 2000년 이후 10여 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금격차가 큰 이유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 10명 중 4명(37.2%)은 중위임금의 3분의 2 이하인 저임금을 받고 있다. 남성 저임금 비율은 14.3%다.
여성 노동권을 위해 더 많은 단결과 연대의 힘이 필요하지만 여성 노조 조직률은 5.8%에 불과하다. 여성 노동자 100명 중 6명만이 노조로 조직되어 있다. 남성 노조 조직률(13.4%)의 절반도 못 따라간다.

돌봄노동을 비롯한 가사노동의 사회화

ILO는 “돌봄노동이 남녀 간 고용격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이라며 “지난 20여 년간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 시간은 거의 줄지 않았지만 남성의 무급 돌봄노동 시간은 겨우 8분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주장은 돌봄노동이 개별 가족의 문제이며 해결책은 남성이 돌봄노동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은연중에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아이를 낳고 사회 구성원으로 키우는 일의 사회적 책임은 과거보다는 대체로 커졌다. 특히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은 80%에 가깝지만 출산율은 한국의 2배가 넘는다. 이것은 스웨덴의 돌봄노동이 사회화돼 개별 가정의 부담이 한국보다 적기 때문이다. 이런 극단적인 예는 전쟁 중에도 볼 수 있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 남성들이 전쟁터로 끌려가자 여성들이 대거 노동시장에 동원됐다. 양육 문제와 가사노동 해결이 여성 노동자의 노동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자본가들은 즉시 24시간 보육원과 급식소를 자신이 고용한 여성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했다. 어떤 공장에서는 여성 노동자들 대신 장을 봐주는 담당자를 두기도 했고, 공동 세탁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 남성들이 노동현장으로 돌아오자 모든 것은 사라졌다.
돌봄노동을 비롯한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여성해방의 기본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그것은 기술적, 물질적 조건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본가계급이 노동력 재생산의 책임을 개별 가정에 떠넘기기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직장 어린이집과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대 등을 자본가들과 국가에 요구하고 싸워야 하며, 더 나아가 돌봄노동을 비롯한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온전히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도 나서야 한다.

한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