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탄력근로제 개악 과로사회와 임금삭감의 문을 활짝 열다


2월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노동시간을 늘리고, 일이 없는 시기에는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인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현행법은 단위기간을 2주 혹은 3개월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번 합의로 6개월까지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면 3개월은 주64시간(300인 이하 사업장은 80시간)을 일하고, 3개월은 주40시간을 일해서 평균 노동시간을 주52시간에 맞추면 된다. 탄력근로제가 시행되면 연장근로수당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임금은 삭감된다.

자본의 민원창구 경사노위

작년 7월부터 주52시간 노동이 시행되면서 자본가들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건비가 늘고, 인력확보가 어렵다며 탄력근로제 확대를 꾸준히 주문했다. 애초 노동시간 단축으로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근본 취지를 부정하며, 장시간 노동을 확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인데 정부가 이 문제를 경사노위로 넘겼다. 경사노위에서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국회에서 밀어붙이겠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자본의 민원이 경사노위의 첫 번째 합의로 처리된 것이다.

악마의 꼼꼼함

이번 합의를 두고 문재인은 “사회적 대타협의 첫걸음”이라며 극찬했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는 대신 노동자 건강권 보호,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자본의 요구인 탄력근로제 확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반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은 추상적이거나 단서조항을 달아 자본이 빠져나갈 구멍을 커다랗게 만들어줬다.
▷일 단위로 정해지던 노동시간을 주 단위로 변경할 수 있게 해 노동시간의 불규칙성과 자본의 재량권을 증대했다.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도는 ‘불가피할 경우’ 안 지켜도 그만이다. ▷노동부 만성과로 기준인 12주 연속 평균 주60시간을 넘는 노동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임금보전 신고의무와 과태료 조항도 온갖 단서조항을 들어 무력화했다.

환상을 거두고 투쟁에 나서자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265시간 더 많다. 또한 주49시간 이상 노동하는 장시간 노동자의 비율은 32%로 일본(20.1%), 미국(16.4%), 독일(9.3%) 등과 비교해 훨씬 높은 과로사회다.
현실이 이런데도 문재인정부는 경사노위를 통해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밀어붙였다. 이번 탄력근로제 개악에 힘입은 문재인정부와 자본은 앞으로도 경사노위를 통해 또 다른 노동개악을 시도할 것이다. 물론 사회적 합의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유지한 채 말이다.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사회적 대타협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혀졌다. 사회적 대화는 자본의 이익만을 관철하기 위한 환상적 덫일 뿐이다.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는 대화가 아닌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금속노조 다스지회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