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본가들은 자본주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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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재고율 장기추세 (자료=한국은행)

 

‘공장에 쌓이는 재고, IMF 수준…구조조정으로 이어질까’

2월 9일 조선일보는 이렇게 보도했다. 그 이후 웬만한 언론사들은 2,3일 내에 이 기사를 베껴 썼다. 보도는 최근 2년의 재고율 상승은 전체 수출량의 21%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의 출하량 축소에 따른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수많은 산업에서 재고가 누적된 것이 보다 근본적 원인이므로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고 주장했다.
재고율 상승은 기업 수익성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고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통계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재고율은 IMF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다가 2010년 즈음부터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만성적 경기 침체를 보여준다. 호경기의 재고율 상승은 대량 출하 시기를 대비하기 위해 반짝 상승하는 것이지만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추세에 재고율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만들어 놓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쌓이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게 왜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죠?

하지만 물건이 팔리지 않는 것은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주어진 생산계획에 따라 지정받은 곳에서 지시하는 만큼 일했을 뿐이다. 누가 생산을 계획했는가? 누가 생산을 지휘했는가? 바로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들이었다. 그들은 재고율 상승이니 출하량이니 하는 어려운 용어를 들먹거리고 있지만 사실 모두 다 팔아 이익을 남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현실에 부딪혀 실패한 것뿐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의 야심찬 계획은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별 자본가가 판매 수요를 예상해서 치밀하게 계획해도 자본가들이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과잉생산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순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경쟁을 중단할 수 없다. 팔리지 않은 물건 더미에 깔려 죽는 것이 자기 자신이 되지 않으려면 자기가 가장 많이 생산하고, 가장 많이 판매해서 가장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번쩍이는 백화점에 상품들을 진열해 놓아도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자본가도 승자가 되지 못한 채 전부 폭삭 주저앉게 될 것이다. 바로 자기의 물건더미에 깔려서 말이다. 현재 계속 길어지고 있는 장기적인 불황은 이와 같은 상황이 아주 느리게, 하지만 멈추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것뿐이다.

구조조정은 과연 자본가들을 구원해줄까?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주는 임금을 줄여 위기를 만회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자본가들에게 살길이 열릴 것인가?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 고용 불안, 인격 모독 등을 버텨내는 이유는 단 하나, 때 되면 통장에 꽂힐 임금 때문이다. 그 돈은 스스로와 가족을 먹게 해주고, 입게 해주고, 쉬게 해주고, 휴식을 즐기게도 해준다.
그 말인 즉슨 자본가들이 만들어 놓은 상품을 사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당장의 인건비를 줄이려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이 결국 자신의 물건을 살 손님을 가게에서 내쫓는 것과 다름없다. 다른 일터에서 같은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는 자본이 만들어 놓은 물건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조선의 매각 소식, 군산 공장이 폐쇄되고 창원 공장 1교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 지엠,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악처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보려는 모든 시도는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다.

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