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리 없이 다가오는 재앙,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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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날씨는 삼한사온이 아니라 삼한사미(3일간 춥고, 4일간 미세먼지에 시달리는)였다. 일기예보에서 기온 못지않게 미세먼지 수치에 관심이 쏠린다. 공기가 뿌연 날이 많아질수록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었다.

미세먼지 유발자들

미세먼지의 상당량은 화석연료의 연소로부터 발생한다. 값싼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늘려온 석탄화력 발전소, 대중교통 수단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자동차 보급, 여기에 겨울철 난방 수요까지… 그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진행되는 난개발 공사들과 쉼 없이 뿜어대는 공장 굴뚝들. 그리고 기상이변(지구 온난화에 따른 엘니뇨와 북극 해빙 등)이 야기하는 대기 정체현상까지 겹치면서 미세먼지 재앙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여기서 미세먼지가 중국산이냐 국산이냐는 핵심이 아니다. 산업화된 전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진 미세먼지는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국적 불명의 2차 오염물질(미세먼지)을 만들어 기류를 타고, 지구를 뒤덮기 때문이다.

있으나 마나 한 대책

실제로 최근 4년간 흡연율은 계속 낮아졌지만, 폐암환자는 24.1%나 늘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기관들이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냈다. 보건복지부는 미세먼지 관련 5가지 건강보호 수칙(미세먼지 예보 주기적 확인,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면 외출 자제 등)을 내놓았다. 물론 이런 수칙으로는 미세먼지를 조금도 줄이지 못한다.
1월 13일부터 사흘간 수도권과 전국 10개 시도에서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지만, 그 와중에도 오염물질을 허용기준치 이상 내뿜은 업체는 100곳이나 됐다. 위반 행위 적발도 3백 건(소각장 65개소, 발전소 7개소)을 넘었다. 허용 기준을 어길 경우 부과금은 물지만 연속 3회 또는 1주일에 8회 이상 위반해야 행정처분을 받는다는 허술한 규정 때문에 기업들이 대놓고 기준을 위반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올겨울 피크타임 시 발전 설비 예비율은 27.7%였다. 지난 수년간 석탄화력 발전소를 마구잡이로 지어대면서 그만큼 전기가 남아돈 것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주범인 노후 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나머지 화력발전소도 전력수요에 맞춰 가동률을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모든 건물에 단열시공을 의무화하고, 난방용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연료비 절감과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자가용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과감하게 공영화하고, 무료로 운행한다면 미세먼지는 물론 교통체증도 막을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서 과밀화된 도심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녹지대를 곳곳에 구축해야 한다.

문제는 자본주의

물론 이런 해결책들을 정부나 기관들이 모를 리는 없다. 미세먼지 감축에 필요한 비용과 제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화력발전소 중단은 발전사의 이윤을 침해한다. 대중교통 무료화는 자동차 산업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값비싼 도심 노른자 땅 위에 아파트나 빌딩 대신 숲을 만드는 것은 투기꾼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윤을 좇아 효율만 강조하는 자본주의에서는 미세먼지조차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자본가들에겐 미세먼지가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를 팔아먹거나, 폐암 환자를 유치할 호재이기도 하다. 미세먼지보다 더욱 공포스러운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정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