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평 —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이 책은 유엔인권대사인 저자가 10대인 손자에게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비교적 간단하고 분명한 어휘로 자본주의를 폭넓게 다룬다.
저자는 제3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네슬레 같은 거대 다국적 기업과 부패한 정부가 담합해 노동자, 특히 아동노동자들을 죽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고발

과테말라의 농장에서 착취당하는 마야 원주민들, 콩고의 광산에서 비행기 동체나 핸드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콜탈 채취에 동원되는 어린이들, 방글라데시의 붕괴 직전의 허름한 고층 건물 속에서 24시간 교대로 일하는 봉제공장의 어린 여공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다.
저자는 UN인권대사로서 비참한 환경에서 죽어가는 어린 노예 노동자들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세상은 조금도 나아지고 있지 않다고 고백한다.
이런 착취는 양극화를 극심하게 만든다. 2017년에는 세계 억만장자 85명의 재산이 가장 가난한 35억 명의 재산과 같았다. 양극화는 심각해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상위 562명의 경제권력은 41% 증가했지만 가장 가난한 30억 명의 재산은 44% 감소했다.
저자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파괴되어야 한다. 과격하게.’ 노예제 사회나 봉건제 사회가 개혁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체체가 결코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도 개혁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노동자계급을 신뢰하지 못하는 저자

하지만 저자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는 자본주의를 분쇄할 주체를 지구촌시민사회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을 나열한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환경운동그룹 그린피스 등등. 이런 단체가 하나로 모이면 신비한 형제애가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연대하면 야만의 자본주의에 맞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노동자계급을 자본주의를 타도할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저자는 북반구(선진국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의 노동자를 풍요에 젖고, 소비사회에 세뇌되어 자본이 주입한 거짓 욕망만을 추구하다가 제3세계로 공장이 이전하면 상시 실업자가 된다고 묘사한다.
반대로 남반구(후진국을 뜻함)의 노동자들은 거대 글로벌기업과 부패한 자국 정부의 이윤추구에 희생되는 피해자로만 묘사한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노동자계급에게 어떤 희망이나 가능성도 보지 못한다.
게다가 자본주의 이후에 어떤 사회가 나타날지 저자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프랑스대혁명 때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노동자들이 지금의 자본주의세계를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우리는 자본주의를 분쇄할 수는 있지만 다음에 어떤 사회가 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세계의 가난을 없앨 유일한 길

노동자들은 역사를 통해 자신들의 힘과 가능성을 증명해 왔다. 러시아에서 프랑스에서 스페인에서 독일에서 칠레에서 노동자들은 자기 힘을 분명히 증명했다. 오직 지도력이 부족해 혁명들이 실패해, 세계 연속혁명으로 뻗어나가지 못했을 뿐이다. 기회주의 세력들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해 혁명들이 파괴당했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현장 노동자들 속에 깊이 뿌리내려 지도력을 획득해야 한다. 우리는 국제주의 관점에서 전 세계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우리는 기회주의적이고 대중추수적인 조류에 맞서며 혁명적 노동자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이것이 세계의 가난을 사라지게 할 유일한 방법이다.

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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