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합병 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 생존권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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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인수합병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가시화됐다. 1월 31일 기습적으로 발표된 인수합병소식은 시간이 갈수록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사 노조는 인수합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밀실논의를 해온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추가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노동자들의 우려를 잠재우려 한다.
하지만 떠들썩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국면은 한 측면에선 3~4년간 지속된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심각한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선 이런 공포심에 영합한 조합주의적 대안들이 판을 치며 노사협조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 국면에서 노동자가 이 인수합병을 어떻게 볼지 그리고 무엇을 지킬지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눈앞의 상황만 모면하려고 해선 결국 자본가들에게 투항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양사 노조의 파업결의

2월 19일 대우조선지회는 매각반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투표인원 대비 92.16%(4,831명)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했고, 파업시기는 지회장에게 일임했다. 다음날 현대중공업지부도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와 함께 인수합병 반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51.58%(5,384명)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양사노조는 거의 동시에 쟁의행위를 결의하며 이번 인수합병 반대 공동투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자회견, 상경투쟁, 시민사회대책위 구성 등 공중전은 떠들썩하지만, 현장의 움직임은 다르다는 점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압도적으로 파업을 결의한 것처럼 보이는 대우조선이 더 심각하다. 대우조선의 쟁의행위 찬성률은 과거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볼 수 없다. 작년의 경우는 93.4%로 올해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상여금을 분할하려는 사측의 의도에 맞서야 한다는 대중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는 직·반장연합회가 조합원의 투표를 독려했는데도 찬성률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역대 찬성률도 85~93%대를 기록했었다.
현대중공업은 저조한 찬성률을 기록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우조선과는 다르다. 일단, 사무직까지를 포함하는 조합원구성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대우조선은 현재 생산직만을 조합원으로 포함한다. 현대중공업은 대리급 이하 사무직까지 조합원으로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다양한 구조다. 또한, 5년째 이어진 이른바 민주노조 집행부의 계속된 실책으로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상당히 무너져 있다. 그런데도 가결된 것은 지도부가 아니라 현장활동가들의 노력 때문이다. 지도부가 갈지자 행보를 할 때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현장활동가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조차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한 파업결의인가

양사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다. 두 노조 모두 인수합병을 반대한다고 하면서 내용은 인수합병에 따른 고용불안과 조선산업 생태계 파괴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인수합병 이후 예상되는 문제들을 미리 막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공급과잉으로 발생한 조선산업의 위기와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독점화 경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 조선산업만이 아니라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경쟁력을 상실한 조선소는 문을 닫고 살아남은 조선소는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워 독점적 지위를 얻고자 한다. 이 필연적 과정에서 ‘중소조선소를 살려야 한다, 조선산업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경쟁에 패한 중소자본가와 함께 살길을 찾자는 말과 같다.
그런데 이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중소조선소와 기자재 업체의 사장들은 그동안 소속노동자를 착취하며 기업을 유지해 왔다. 빅3의 거대한 압력에 따라 단가후려치기를 당했든 아니든 이들은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착취를 강화해왔다. 그런데 이런 자본가들과 함께하겠다는 것은 중소조선소와 기자재 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규직 중심 조합주의의 산물이며,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논리의 연장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사 노조의 파업결의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애매하다. 마치 노동조합이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 결단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수년간 추진한 구조조정도 조선산업을 살리겠다고 한 짓이다. 도대체 양사 노조는 무엇을 위해 파업을 결의했는가.

함께 살자! 함께 싸우자! 노동자의 단결로

이번 인수합병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스스로 말했듯이 중복투자 부문의 구조조정을 동반할 것이다. 더불어 당장은 아니겠지만 서서히 조직개편 작업을 하며 정규직을 줄여나갈 것이고 종국엔 하청노동자가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들 위험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에 파업권을 확보하고 언제든 투쟁에 돌입할 준비를 갖추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회사가 인수합병을 하든 매각되든 단 한 명의 노동자라도 고용불안과 임금하락의 위험에 처한다면 단호하게 투쟁해 막겠다는 의지를 모아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규직만의, 조합원만의 단결을 넘어서야 한다. 대외적으론 원·하청노동자의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라며 인수합병에 반대한다고 해놓고는 사업장 안에선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한다면 결국 정규직노조 기득권 지키기밖에 안 된다. 그런데 고용불안을 똑같이 또는 더 크게 느끼고 있는 다른 노동자들과 단결하지 않으면, 정규직 노동자들 자신의 생존권조차 지킬 수 없다.
대우조선지회는 고용불안을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는 수천 명의 사무직노동자를 빠르게 조직할 방법을 갖고 있다. 대리급 이하 사무직노동자는 지회 규약상 지회장의 승인만으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직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지금, 이 좋은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
하청노동자 조직화도 놓쳐서는 안 된다. 정규직에 비해 몇 배의 희생을 감내한 하청노동자를 또다시 외면한다면 정규직의 고용보장 요구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어렵게 1사1노조를 만든 현대중공업지부가 하청조직화를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루기만 해선 안 되는 이유다.
오직 노동자의 단결만이 노동자의 요구를 지켜낼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원·하청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 전체의 단결을 이뤄내자.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