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고] 정년퇴직자 T/O 정규직 충원 사수 — 또다시 비정규직 확대를 노리는 현대차에 맞선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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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지지 않는 단체협약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단체협약44조(회사는 자연감소, 정년퇴직 등의 이유로 결원이 생겼을 경우, 자연감소 등의 대체 필요인원은 … 2개월 이내 신규채용 또는 정규직으로 충원)에 의거해 정년퇴직자 T/O를 정규직으로 충원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단체협약은 노골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윤여철 부회장과 하언태 부사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며 30% 인원감축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곤 현대차 사측은 2018년 정년 및 자연감소 인원 1,100여 명의 공정에 대해 정규직 인원충원 규모를 대폭 줄이며 그 자리에 촉탁계약직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브레이크를 건 5공장

일단 정년퇴직자 자리에 정규직이 아닌 촉탁직을 투입하며 시작한 현대차 사측의 인원감축 구조조정 계획은 대부분의 사업부에서 조용히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인원감축은 제네시스,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사업부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5공장장은 향후 진행될 외주화·자동화 계획을 밝히고, 아직 공정을 줄여야할 이유가 없는데도 119공정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이에 5공장 사업부대의원회는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는 들끓는 현장의 목소리에 지난 1월 18일 투쟁을 선포했다. 협의·공사 중단, 특근거부 등 투쟁 지침을 세우고 대의원들은 현장으로 내려가 조합원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투쟁의 기운을 모았다. 22일엔 주·야간 각 40분의 중·석식시간에 지붕이 들썩일 정도로 힘찬 조합원의 참여 속에 5공장 전체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조합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확인한 5공장장은 1월 24일 ‘2018년도에는 정년퇴직자 공정에 기 관행대로 전환배치를 실시한다.’며 정년퇴직자 T/O 축소를 실행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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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떠넘기기

5공장사업부 투쟁이 끝나자 타 사업부 현장에선 왜 우리는 5공장처럼 못하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두 눈 뜨고 지켜봐야만 했던 조합원들이 마침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차지부는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32차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정년퇴직자 T/O 단체협약 사수투쟁 결의 건’을 결의했다. 하부영지부장은 금속노조신문 인터뷰에서 “인원충원 협상 권한이 사업부 대의원들에게 위임돼 … 정규직 충원에 대한 통제와 규율을 놓쳤다”며, “단체협약과 노사합의를 위반하고 상시·지속 정규직 공정에 비정규직, 촉탁직 투입을 합의하면 징계하겠다는 내부 규율과 민주적 통제장치를 만들었다.”고 이 건의 상정이유를 설명했다.
맞는 말인가? 정년퇴직자 T/O건은 단체협약 문제다. 지부가 몰랐거나 권한이 없다는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대의원이나 사업부도 지부의 묵인 없이 단협사항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부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명백한 단협사항을 조합원의 투쟁을 통해 해결하지 않고 협상에만 매달리다 안 되면 지부 탓만 한다.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현장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5공장을 제외한 타 사업부는 정년퇴직자 T/O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도 정리하지 못했다. 얼마 전 광주형 일자리 공장을 두고 비정규직 확대를 막겠다며 투쟁한 현대차지부는 안에서는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사측에게 “잠깐만”을 외치고 있다. 서로에게 책임전가를 하며 시간을 끌 때가 아니다.
앞으로 5년 내에 15,000여 명이 정년퇴직을 한다. 지금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이후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노조 상층 기구만 바라보고 기다려선 안 된다. 5공장에서처럼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을 믿고 힘차게 투쟁을 전개하자. 4차 산업혁명 위기를 조장하며 현장정규직을 축소하려는 것에 맞서 더 많은 정규직 일자리를 확보하자. 지금부터 밀리면 안 된다.

 

현대차울산공장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