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의 숨은 의도와 대응

지난 1월 31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날은 현대중공업 2차 잠정합의안의 찬반을 묻는 총회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갑작스런 인수합병 소식에 무기한 연기됐다.

이번 인수합병 안은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현대중공업 사측이 작년 10월 말부터 3개월간 철저한 비밀을 유지하며 마련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지부와 대우조선지회는 임단협에 집중하고 있었고 전혀 이 사실을 몰랐다.

예정됐던 수순

대우조선의 매각은 이미 2019년으로 예정됐던 일이다. 대우조선 정성립사장은 2018년 6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 또는 삼성중공업에 인수·합병(M&A)되는 게 옳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대우조선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상황과 재무여건이 좋은 올해 매각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용역을 의뢰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채권단이 2019년을 대우조선 매각의 적기로 판단하고 준비를 해왔으나 이렇게 빨리 진행될지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인수 당사자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수주상황이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적자를 유지하고 있었고, 삼성중공업은 빅3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었다. 더구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모두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정치적 계산과 현중 재벌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인수합병이 추진됐다.

정치적 타협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은 정부와 현대재벌 간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마무리는 20년간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의 매각이다. 정부는 사실상 공기업이나 마찬가지인 대우조선을 매각해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부담을 덜어내야 했다.

그런데 정치일정상 2020년과 2021년은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 매각은 사실상 힘들다. 매각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불거질 노동조합의 반발과 지역정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가 매각시기일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31일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먼저 제안했음을 시인했다. 이를 현대중공업이 받아들이고 3개월간 논란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인수합병구조를 설계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도 한몫 거들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산은 간의 협상을 돕기 위해 정부 차원의 검토안으로 산경장(산업경쟁력강화 장관회의)에 관련 내용을 안건으로 올렸다”며 “막후에서 지원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것은 산업구조조정의 핵심 콘트럴타워까지 동원된 압력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현중재벌은 무슨 이유에서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받아들인 것인가. 현중재벌은 여러 차례 대우조선 인수의사가 없음을 밝혀왔었다. 그런데 산업은행과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핵심 이유는 아무래도 3세 승계, 일감몰아주기, 하청업체 갑질, 부당노동행위 등 산적한 불안요인들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8년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헐값이라고는 하나 약 6,500억 원의 현금이 들어가는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국내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나 자본가가 뻔히 보이는 재정악화와 불안한 조선업황에서 이런 이유로 막대한 자금을 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업조정을 하며 효과적인 이윤창출구조를 짜고 있다. 그런데 만약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부처의 파상공세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공정위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발을 빼고 있으나 이미 결정된 사안에 찬물을 끼얹을 리는 없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헐값에 세계2위의 조선사를 사들일 수 있고, 2021년까지 피인수기업(대우조선)의 유동성위기 시 1조원의 추가 자금지원까지 약속받았다. 조선합작법인은 산업은행이 2대주주이기 때문에 든든한 물주까지 확보한 셈이다. 더구나 세계 2위의 강력한 경쟁자인 대우조선을 흡수한다면 경쟁자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이윤도 고스란히 현중재벌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여기에 기존 불안요인까지 해결된다면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정부로서도 선거 전에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렇게 정부와 현중재벌은 ‘빅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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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은 성사될 것인가

3월 8일이면 본 계약이 체결된다. 지난 2월 11일 삼성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계획대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합병하게 된다. 그러나 인수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경쟁국의 기업결합심사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의 승인을 얻어야만 가능한데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한다면 인수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대우조선지회가 2월 8일 대의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일본은 동의는 하나 규모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국영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업(CSIC)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보니 반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군함 생산 등 국가안보 문제로 예외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현대중공업 송지헌 전무는 “법률검토 결과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통과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승인을 위해 향후 현대중과 대우조선의 영업조직을 별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안보 문제는 기업결합 예외인정 사유도 아니고 대우조선은 2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부실기업 인수를 예외로 하는 경우도 아니다. 이 심사만 6~7개월 이상 걸린다고 하니 인수합병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누구하나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본 계약은 3월 8일로 예정되어 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3개월간의 밀실협상과 준비기간 동안 많은 대책을 수립했을 것이다. 경쟁국 결합심사도 충분히 준비했을 것이기 때문에 인수합병도 추진한다고 봐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대우조선지회와 현대중공업지부는 혼란에 빠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터졌고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사의 원‧하청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이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온도차는 있으나 양사의 사무직 노동자들이 가장 큰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대우조선 인수합병이 공식화된 1월 31일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두 회사가 상당한 수주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인위적 구조조정을 강행해야 할 필요성이 낮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1월 31일 열린 2018년 4분기 경영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향후 노조 반발에 대한 대응책이 있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양사 노조가 우려하는 바는 이해가 된다”며 “고용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이 거래가 성사된다면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낮다, 노력한다”는 애매한 말뿐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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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같은 날 있었던 현대중공업 컨퍼런스 콜에서 성기종 상무는 “R&D(연구/개발)통합, 중복투자는 제거될 것이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재료비 절감, 기술 공유를 통한 생산성 증대 등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말은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R&D부문과 중복투자부문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임을 뜻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성남에 대규모 통합R&D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3,500억 원을 들여 올 9월에 착공하는 통합R&D센터는 현재 5천 명 규모에서 1만 명 규모까지 키울 예정이다. 2021년 완공 이후 서울 계동 및 분당의 R&D 인력과 현대오일뱅크 및 마북리 연구센터 인원이 먼저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연구개발부문은 분사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구매, 설계부문도 재료비 절감과 기술 공유를 이유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이 부문의 사내외 하청업체의 대규모 조정을 의미하게 된다. 거제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영업부문은 경쟁국 결합심사를 위해 당분간 독자적으로 유지한다고 했으나 형식만 그렇게 될 뿐 실제론 통합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국내 조선업체간 과도한 저가수주경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으니 다른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생산부문은 어떠한가. 가장 위험한 곳은 특수선(잠수함, 군함)부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조선사업본부 산하의 특수선부문을 별도의 사업본부로 승격시켰다. 이후 현장에서는 특수선을 분할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대우조선도 2016년 자구계획을 마련할 때 특수선부문을 자회사로 분할하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노조의 반발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이번 인수합병으로 이 계획이 부활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특수선부문이 통합자회사로 독립된다면 국내 방산부문에서 독점적 지위에 오르게 된다. 안정된 물량확보와 수익이 보장되는 부문의 독립은 지주사에 상당한 배당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해양부문도 장기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미국 셰일오일의 저가공세로 국제유가는 오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2014년부터 시작된 전통산유국과의 치킨게임에서 결국 승리하며 작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1위 자리를 굳혔다. 앞으로도 수백 년간 엄청난 석유와 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셰일오일 때문에 국제유가는 당분간 낮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해양플랜트 사업도 상당히 위기에 처하게 된다. 대우조선에서 건조한 소난골 드릴십은 또다시 인도가 연기됐다. 올해 수주를 기대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발주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마르잔(Marjan) GOSP-4, 인도 릴라이언스의 MJ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베트남 블록B 플랫폼 프로젝트, 북해 해상유전 로즈뱅크 프로젝트, 호주 바로사 FPSO, 나이지리아 봉가 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 등이다. 하지만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이 프로젝트들이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은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따라서 해양부문의 고용문제가 언제든 제기될 수 있다.

상선부문에서는 당장 큰 고용불안이 닥치지는 않을 수 있다. 수주잔량도 2년 치를 채웠고 이미 상당한 원‧하청노동자를 구조조정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양사 모두 하청노동자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정규직의 경우도 양사 노조의 반발을 예상했을 것이기 때문에 3년이나 5년의 고용안정협약을 해줄 수도 있다. 다만 이 고용안정에는 분사와 외주화는 제외된다. 현대중공업지부에서 현장의 반발로 폐기했던 1차합의서의 ‘고용보장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 합의서’에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희망퇴직, 분사, 아웃소싱’을 모두 명시했었다. 하지만 실제 총투표에 붙여진 잠정합의안에는 분사와 아웃소싱이 사라져 있었다. 이때는 산업은행과 한참 대우조선 인수합병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다. 이것은 이후 인수합병과정에서 분사, 아웃소싱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상선부문도 이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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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7일 현중지부가 스스로 폐기한 잠정합의서, 이후 총회에 붙여진 잠정합의서엔 “2019년 12월 31일까지 직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문구만 남았다.

현중재벌의 미래계획

현대중공업은 정몽준에서 정기선으로 승계 작업을 착실히 진행 중이다. 이 승계 작업을 위해 현대중공업을 4개사로 쪼갰으며 지금은 현대중공업지주사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나머지 회사를 지배한다.

대우조선 인수합병도 현대중공업지주사 밑에 조선통합법인을 신설해 나머지 회사를 지배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런 방식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모든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닐 수 있다. 정기선이 그룹을 최종적으로 승계하게 될 10년이나 그 이후까지 내다보며 현재의 구도를 짜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통합R&D센터

우선, 정기선의 행보를 보자. 정기선은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복귀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더니 2017년 11월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자리에 앉았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11월, 선박 AS 부품과 보증 서비스부분 등을 현대중공업에서 따로 떼어내 100% 자회사로 만든 것으로 분할 전에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2018년 11월에는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로 승진하며 현대중공업그룹의 중요한 요직에 오르게 된다. 가까운 미래에 통합R&D센터가 자회사로 분리되면 조선통합지주사나 현대중공업지주사를 통해 손쉽게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즉, 연구개발부문과 설계, 선박의 개조 및 유지보수와 같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을 모두 장악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현대중공업이 장차 생산이 아니라 엔지니어링을 핵심으로 하는 회사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야드가 껍데기뿐인 생산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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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7일 현중지부가 스스로 폐기한 잠정합의서

되돌아보면 초기 잠정합의안 간사회의록에 노동조합이 사업 분할, 지주사 전환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은 의도가 더욱 의심스럽다. 이미 진행된 과거의 일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우조선 인수합병과정에서 또다시 진행될 미래까지 내다보며 재갈을 물리려 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합작회사

정기선은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 기획, 재무부문장과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으로 승진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합작조선소를 건설한다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조선소는 작년 3월에 이미 건설을 시작했으며 2021년이면 완공될 예정이다. 이 합작조선소(IMIC : 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 company)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Saudi Aramco) 50.1%, 시추생산설비 제작회사 람프렐(Lamprell) 20%, 국영 해운사 바리(Bahri) 19.9%, 현대중공업 10%의 지분으로 세워지는 회사다.

이 합작조선소는 150만평 규모에 연간 해양시추설비 4기와 초대형 원유운반선 3척, 기타 선박 40여 척을 건조할 수 있으며 선박수리까지 할 수 있다. 이미 20여 개의 해양시추설비와 52척의 선박을 수주한 상태이며 올해부터 건조에 들어간다. 앞으로 현대중공업은 이 조선소에 기술지원 및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s: 유지, 보수 및 운영)를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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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C 조감도

또한 정기선은 2017년 7월 합작조선소가 들어서는 킹 살만(King Salman) 조선산업단지에 아람코와 함께 선박 및 발전용 엔진합작회사 설립한다는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 합작회사는 올해 안에 설립될 예정이며, 힘센엔진의 원천기술 수출로 로열티(사용권 수입)와 기자재 판매, 기술 지원 등 여러 부가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2017년 6월엔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51%, 49%를 출자해 엔지니어링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는 현대중공업을 대신한 것으로 당시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였던 가삼현 사장이 기술지원협약(Technical Support Agreement)을 체결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합작회사인 즈베즈다-현대에 선박 건조에 필요한 설계와 구매, 인력, 교육 등 제반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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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베즈다 조선소 현대화 계획 : 1단계 프로젝트 후에는 쇄빙선, 구조선 등을 건조할 계획이며, 2단계 프로젝트 후에는 LNG 운반선, 시추선 등을 건조할 계획임

현대중공업그룹의 방향성

정기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을 장악해가면서 뚜렷한 행보를 걷고 있다. 조선산업의 생산설비 과잉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시기를 거치고 있는 시점에 미래의 오너가 될 자는 사우디에 최신설비로 무장한 거대한 합작조선소를 짓고, 수리조선소였으나 현대화 계획으로 신조 건조를 시작한 러시아 즈베즈다조선소를 위해 엔지니어링 합작사를 세웠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대우조선을 인수 합병해 출혈경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 당사자가 오히려 강력한 경쟁자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장기적 계획이 생산중심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핵심부품 판매, A/S를 중심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로 갈 것임을 의미한다. 물론, 아무런 물증은 없다. 하지만 방향이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대우조선을 인수합병하는 것도 정부의 압력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대우조선의 핵심기술력과 연구개발능력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로 방향을 틀었을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이야 이미 대규모 투자로 R&D센터를 건설하고 있으니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양사 노조는 모두 인수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 반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고용안정, 생존권 사수처럼 노동자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어떤 자본가를 선택할지, 자본가가 어떤 회사를 인수할지에 노동자가 집중한다면 조합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에서는 이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고, 현대중공업은 엉뚱하게 주가폭락을 걱정하고 있다.

대우조선

대우조선지회는 인수합병이 발표된 날 즉각 전조합원에게 매각 관련 다음과 같은 방침을 보냈다.

노동조합 매각 반대 기본 6대 방침
첫째, 동종사(조선업) 매각 반대! 둘째, 당사자(노동조합) 참여 보장! 셋째, 분리 매각 반대!
넷째, 해외 매각 반대! 다섯째, 일괄 매각 반대! 여섯째, 투기자본 참여 반대!

급조된 6대 방침은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투쟁방향을 정해주기보단 혼란만 가중시켰다. 분리매각반대와 일괄매각반대는 같은 선상에 있을 수 없는 방침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최근에 정돈된 목표와 방침이 새로 세워졌다.

3대 목표 5대 방침
–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생존권 사수

–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승계

– 국가 및 지역 경제 활성화

– 동종사(조선업) 매각 반대

– 당사자(노동조합) 참여 보장

– 분리 매각 반대

– 해외 매각 반대

– 투기자본 참여 반대

분리 매각과 일괄 매각이라는 서로 상충되는 방침만 정돈됐을 뿐 실제 의미 있는 것은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생존권 사수,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승계”뿐이다.

이런 현상은 ‘매각’ 자체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우조선노조는 그동안 주인이 없기 때문에 분식회계, 낙하산 인사, 무리한 저가수주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대우조선을 부실회사로 만들었다는 입장이었다. 즉, 매각이 되는 것을 오랫동안 바랐는지도 모른다. 구조조정을 위한 자구안이 나왔을 때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정성립 사장을 비롯해 산업은행, 정부조차 빅2체제를 언급하며 곧 매각할 것임을 비춰왔지만 이렇다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종사매각은 안 된다고 한다. 노동자에게 동종사 사장이든 타업종 사장이든 무엇이 달라지는가. 어차피 자본가는 자본가다.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뽑아가는 점에서 하등 달라질 것이 없다.

이렇다 보니 좌충우돌하며 고용안정과 생존권 사수 투쟁을 할 수 있는 힘을 조직하는 방향도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 투쟁계획은 주로 서울 상경투쟁으로 잡혀 진행하고 있고 부랴부랴 쟁의발생결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폭넓은 지지세력을 결집시킨다는 명목하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조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을 하든 현장을 조직하지 않고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역경제가 붕괴된다며 협력업체 사장들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점이다. 경제살리기를 노동조합이 나서 주장하다 보니 노·정협의체 구성과 범시민대책위 구성을 중점 사업으로 잡았다. “경제적·전략적으로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을 주문하는 범시민대책위 제안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공동전선이 가능하다는 시각과 다르지 않다. 그동안 하청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던 기자재 업체 사장들을 살려야 한다고 정규직노조가 주장한다면 도대체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저들 편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최선봉에 있는 당사자다. 오히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 시민대책위에 들어오려고 안달이 나 있다. 한마디로 동질성이라고는 없는 그래서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단체가 만들어질 게 뻔하다.

매각문제를 자본가의 시각으로 봐라봐선 안 된다. 지역경제살리기가 아니라 노동자살리기로 가야 한다. 자본가를 살리려다 노동자는 다 죽을 수도 있음을 수없이 봐왔지 않은가.

그래도 대우조선 현장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고용불안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사무직노동자들이 또다시 노조건설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차례의 희망퇴직을 당했을 때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실패했었다. 이번에는 이런 움직임에 최대한 에너지를 불어 넣어야 한다. 매각이 어떻게 되든 대우조선 전체 노동자의 단결 없이는 노동자 죽이기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무직노동자를 조직하고 이미 노조를 건설한 하청노동자도 조직해야 한다. 서울상경과 정당, 시민단체의 결집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매각 자체가 아니라 그동안 외면받아왔던 사무직, 하청노동자를 대규모로 조직해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생존권사수를 목표로 공동대응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2차 잠정합의안 총투표를 앞두고 뒤통수를 맞았다. 그렇게 회사가 어렵다고, 이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던 사측은 수천억 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교섭이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계획하고 있었다. 당연히 조합원들은 사측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현중지부는 새벽에 문자로 총회 무기한 연기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던 조합원들의 부결정서가 상당한 데다 대우조선 인수합병건이 터지고 나니 급한 불부터 끄고 싶었던 것이다.

현중지부는 2월 13일 투쟁방향을 정돈하고 20일 2차 잠정합의안과 함께 쟁발결의 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현중지부에서 밝힌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대우조선 인수 문제점

1) 노동자 참여 배제한 대우조선 인수 밀실합의

2) 고용불안 발생이 불가피한 동종사 인수

3) 새로운 착취구조인 법인형태 변경의 문제

4) 동반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인수문제

5) 노동자 재산 손실 초래하는 유상증자

  1. 인수과정 해결사항

1)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겪은 현중 구성원들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

2) 고용과 노동조건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의 노동조합 배제 문제

3) 대부분 사업이 겹치는 동종사 인수 시 ‘효율적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 진행문제

4) 지주사 전환에 이은 조선합작법인 형태 변경으로 경영위기시 노동자 책임전가 문제

5) 경영위기로 구조조정을 한 기업이 부실기업 인수로 동반부실로 인한 고용불안 문제

6) 반복적인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하락으로 현중 구성원들의 재산 손실 우려

……

  1. 대우조선 인수반대 투쟁기조와 목표

1)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임단협 찬반투표와 동시 진행

– 쟁의행위 찬반투표 일정 2월 20일

– 쟁의발생결의 임시대의원대회 일정 2월 18일 17시 30분

2) 현 상황과 연계하여 투쟁국면 고조

– 공조직이 정비될 때까지 집행부 선도투쟁을 지속

– 금속노조, 민주노총 연대 투쟁으로 대정부 투쟁진행

– 인수에 따른 문제점 현장 단위와 충분히 공유

대우조선 인수합병이 불러올 여러 문제들이 결국은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대정부투쟁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대우조선지회와 같은 입장이며 대우조선지회와도 공동투쟁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2차잠정합의안 총회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1월 31일 총회를 무기한 연기했을 때부터 문제는 시작됐다. 다시 문구조정을 한다든가, 잠정합의안을 폐기하고 새로운 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총회만 연기했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지칠 때쯤 총회에 붙여 가결시키겠다는 속내가 너무나 뻔히 보이는 수였다. 조합원들은 심각한 경제적 고통에 지치고, 지도부의 실망스런 태도에 더 이상 바뀔 것은 없다며 체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인수합병반대투쟁을 하겠다고 하면 과연 조합원들이 따를 것인가. 아무리 해명을 한다 한들 한번 돌아선 조합원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총회가 진행된다면 한쪽에선 또다시 투쟁하자고 외치고 한쪽에선 이젠 믿을 수 없다며 외면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수합병에 방점을 찍어서는 안 된다. 인수합병자체가 노동자의 생존권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뒤흔든다. 회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대신 자본가들이 어떤 일을 하든 결코 노동자의 생존권은 스스로 지키겠다는 기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외주화 공격과 분사시도를 막는 것에 최대한 힘을 쏟아야 한다. 공장 곳곳에서 외주화가 야금야금 진행될 것이 뻔한데 ‘노‧정협의체 구성’을 공동기조로 잡고 힘없는 상경투쟁만 한다고 해서 조합원들이 함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조선노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공동투쟁

기조확정문

밀실협약, 일방적 매각 즉각폐기

조선산업 생태계 파괴하는 빅1체제 재편 중단

노동조합 참여보장, 고용안정대책 마련

거제 경남지역 경제와 조선산업 생태계회복을 위한 노정협의체 구성

재벌만 배불리는 재벌특혜 STOP

진정한 노동자의 단결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좁게만 봐선 안 된다. 설령 정부와 자본의 의도대로 인수합병이 성사된다해도 양사의 노동자들이 단결된 힘을 확보한다면 현대자본이 노리는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한 계획을 막을 수 있다. 양사노조의 공통된 이해는 노동자의 생존권은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지킨다는 철저한 노동자중심의 이해다. 이를 위해 노동자를 갈가리 찢어놓는 분사와 공장을 하청화하는 외주화를 막는데 공동의 힘을 쏟아야 한다.

더불어, 자연감소에 따른 노동조합 조직력 약화를 막기 위해 정규직 고용인원을 늘리는 투쟁을 해야 한다. 이미 정규직 퇴직자들이 양사 모두 매년 300~500여 명이다. 이렇게 10년만 지나면 자연감소만으로도 현장엔 사실상 정규직노동자가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분사와 외주화가 맞물리면 그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라질 수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상황을 보라. 조선소의 핵심인 생산현장이 거의 모두 하청화되다보니 파업은커녕 수십 년째 어용들의 세상이지 않은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높은 노동강도를 강제할 수 있는 하청공장의 미래와 가장 가까운 것이 현대미포조선이다.

또한 양사의 정규직노조는 하청노동자와 사무직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임단협이 끝난 다음에”, “인수합병건이 끝난 다음에”라며 계속해서 미루다가는 투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우리의 편은 자본가와 바지사장들이 아니다. 분명하게 현장에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만이 우리의 편이다. 이들과 함께 생존권 사수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양사노조가 이러한 목표와 방향으로 투쟁을 조직한다면 형식적인 공동투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금속노조의 투쟁이 될 수 있다. 정부와 현중재벌의 노노분열 책동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진정한 노동자의 단결만이 이번 사태에서 노동자 살리기를 쟁취할 수 있는 길이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