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저임금구조’ 양산을 목적으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


최악의 노동조건

지난달 31일 현대차와 광주시가 투자협정에 합의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거기서 일할 노동자들은 주44시간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곧 한 달에 두 번의 특근을 하면 연봉 3,500만 원을 받게 된다.

합의서대로 순조롭게 공장이 지어진다면, 2021년 하반기부터 차가 양산된다. 본격적인 양산은 2022년부터라고 봐야 한다. 지금부터 3년 후다. 그동안 법정 최저임금과 물가가 인상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봉 3,500만원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액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다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지어지는 공장이 35만대 공장으로 확장될 때까지 임금과 단체협약을 유예한다고 한다. 이것은 애초에 5년간 임금과 단체협약을 유예하자고 한 안보다 오히려 개악된 것이다. 지금도 경차는 과잉생산되고 있고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지어질 공장의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 공장이 한 해 10만대의 자동차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공장이 제대로 가동이나 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임금과 단체협약을 이 공장이 35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 유예한다는 건 노동자에 대한 우롱이자 사기다.

불투명한 미래를 무시하는 힘

경차 시장이 과포화 상태이고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경차 시장이 줄고 있다는 것을 현대차 자본과 문재인 정부와 뻑하면 등장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소위 전문가들과 수년 동안 광주형 일자리에 목숨을 걸고 있는 노동계의 ‘광주형 일자리주의자’들이 모르고 있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새로 지어질 공장의 불길한 운명이 점쳐지기 때문에 이번 합의를 두고서 합의 당사자인 현대차 자본은 물론이고 경영계 전반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불길한 예측을 무시하고 광주에 새로운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게 하는 더 큰 ‘힘’은 무엇일까? 정치권과 자본가들은 이번 합의를 기회로 자동차산업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대신에 ‘지역상생 일자리’라고 이름을 바꿔 부르자며 이 저임금 공장 모델이 전체 산업과 전 지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광주형 일자리의 목적이 ‘좋은 일자리 창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산업과 지역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것이라는 점을, 곧 사회 전체적으로 ‘저임금 구조를 양산’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저들은 숨기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광주에 들어설 공장의 불길한 운명을 무시하게 한다.

7,000억 원은 값싼 비용일 뿐

저들은 광주형 일자리의 ‘반값도 안 되는 저임금’이라는 상징을 이용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에게 저임금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 저임금의 광주형 일자리라는 실물을 광주에 들어서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물의 힘으로 전체 노동자에게 저임금을 강요하려 하는 것이다.

광주에 지어질 10만대 생산능력의 경차 공장에는 7,000억 원이 소요된다. 이 공장의 운명이 대단히 불투명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공장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이 저임금 공장을 이용해서 전체 노동자에게 저임금을 강요해 그 수십 배, 수백 배의 이윤을 전체 자본가에게 보장할 수 있다면 7,000억을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생존 대(對) 노동자들의 생존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본가들의 이윤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본가들의 착취체제 수호가 본업인 문재인 정부가 전체 자본가의 생존, 즉 이윤 확대를 위해 노동자 착취를 강화하는 광주형 일자리 같은 정책에 골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하는 정부와 자본가들의 채찍이다. 정부와 자본가들이 휘두르는 채찍질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려면 노동자들에겐 단결해 싸우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없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