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 정세와 노동자운동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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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두운 세계경제 위기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은 작년보다 상당히 어둡다.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세계경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2008년 위기 때 각국 정부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부실은행과 부실기업들을 지원했다. 그 결과 부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은행과 기업의 부실이 정부의 부실로 옮겨졌을 뿐이다. 한편, 은행가들과 자본가들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생산적 분야에 투자하기보다는 또 다른 투기(부동산 투기, 주식 투기 등)에 쏟아넣었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부동산 가격은 2008년 위기 때보다 더 높다.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소로 미국 경제성장 둔화가 꼽힌다. 미국은 2008년 위기 이후 달러를 풀고 정부 지출을 늘리는 통화·재정 완화 정책을 통해 성장세를 회복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는 등 기업 세금을 깎아주고 각종 규제를 없앴다. 하지만 이제 감세 정책의 효과는 끝나고 있는 반면, 재정 지출 확대는 미국 정부의 부채 증가로 돌아오고 있다.
2018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6%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는 6.3%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주목할 건 심각한 부채 수준이다.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의 총부채는 255.7%다. 2008년과 견주면 114.4%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경기 대응책으로 투자를 적극 장려한 탓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 여러 부문에서 중국의 소비 침체 조짐이 진작부터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전 세계에 큰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1월 초 협상에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을 더 사고, 시장을 추가 개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반도체, AI 등 중국의 미래 성장 전략과 관련된 지적재산권 등의 분야에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세계경제위기를 배경으로 경제적, 정치적 패권을 둘러싼 역사적 대결을 벌이고 있으므로,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고, 분쟁은 다른 영역에서도 지속될 것이다.
북핵은 미중 갈등이라는 더 큰 그림의 일부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평화가 지배자들의 협상에서 올 수는 없다. 진정한 평화는 남북 노동자를 비롯한 세계 노동자의 혁명적 단결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본색을 더 분명히 드러내는 문재인 정부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3년 연속 100만을 돌파할 정도로 실업도 심각해지자 위기의식을 느낀 문재인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친기업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신년사에서도 ‘기업투자 활성화 지원’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대전환하겠다고 했다. 이는 결국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선포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거부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했으며,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유예했다. 그래서 “공공부문 정규직화도 거짓말, 최저임금 1만원도 거짓말, 노동시간 단축도 거짓말”이라고 노동자들은 비판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올해 노동자들을 더 많이 기만하고 공격하려 할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서 노동자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최대한 낮추려 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자본가들과 정부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에 맞춰 고무줄처럼 탄력적으로 늘었다 줄었다 하기를 바라지만, 노동자들의 몸은 고무줄이 아니다.
12월 17일 확대 경제장관회의는 공공기관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직무급제는 호봉제 폐지를 통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수단이다. 또한 직무급제란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 정도 등으로 직무를 나누고 그 직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고, 신규 입사자와 직고용 전환자부터 적용하겠다고 하므로, 박근혜정부의 성과연봉제처럼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신년사에서도 언급한 ‘광주형 일자리’는 저임금·장시간·무권리 노동을 확산하고, 대기업 노동자를 공격하기 위한 또 하나의 무기다.

계급타협인가 계급투쟁인가

경사노위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악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기구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사노위에 기어들어가 노동자의 권리를 내주는 계급타협 전략에 목을 매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만이 아니라 여러 산별노조, 민주노총 지역본부, 대기업노조도 계급타협 전략에 목을 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9월 산별교섭에서 체결한 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가 대표적이다.
노동자계급에게 필요한 전략은 계급투쟁 전략이다. 모든 건 노자 간 힘 대결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고, 노동자계급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작년에 철도, 지하철, 교육 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제기됐을 때 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공정성’ 등을 앞세우며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흐름이 등장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적극 찬성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현장투쟁과 임금투쟁 등을 적극 지지하면서 분열의 장벽을 아래로부터 허물어뜨려 나가야 한다.
김용균 투쟁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투쟁을 벌였듯, 산업의 장벽을 넘어 투쟁하는 기풍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장에 뿌리내리는 활동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자본가들과 정부의 공격에 맞서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모든 해고 금지 등 계급적 요구를 내걸고 계급 전체의 단결투쟁을 조직하려면 현장에 깊이 뿌리내리기 위한 활동을 끈질기게 펼쳐야 한다.
김용균 사망사고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이 최대한 강력한 집단적 목소리를 내고,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등 여러 노동현안에서 노동자의 계급적 요구를 최대한 관철하려면 현장에 기초한 강력한 집단적 정치투쟁을 펼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혁명적 지도력

지금의 세계경제위기는 자본주의 경제의 주기적 위기가 아니다. 지금의 위기는 인류 문명의 위기로서, 국제 관계부터 개인의 태도까지 모든 걸 썩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7-8억 명의 여성, 남성, 아동이 영양실조,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식량문제 전문가에 따르면, 120억 명이라도 먹여 살릴 만큼 지구에 식량은 많은데도 말이다.
지엠은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5개 미국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14,500명을 해고하고 있다. 자본주의란 이처럼 자본가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살인해고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전쟁, 빈곤, 환경재앙 등 죽음의 늪으로 내모는 야만적 체제다. 노동자가 살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끝장내야 한다.
이런 위대한 역사적 임무를 누가 떠맡을 수 있는가? 노동자계급의 다수가 일어서지 않으면 역사는 바뀌지 않지만, 가장 의식적이고 가장 단호한 선진투사들이 없다면 역사를 제대로 바꿀 수 없다.
“투철한 계급의식을 가진 적극적 소수분자가 없는 노동조합 대중조직은 순전히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트로츠키) 이것은 한때 노동자운동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거의 껍데기만 남은 여러 노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촛불투쟁 이후 민주노총 조합원이 30만 명이나 증가하고 여러 신규노조가 만들어졌는데, 이 신규노조들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도 의식적이고 단호한 선진투사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1917년 러시아혁명은 독일, 이탈리아, 중국, 스페인, 프랑스 혁명 등으로 이어졌지만 혁명은 어디에서도 성공하지 못했고, 러시아 노동자권력은 결국 무너졌다. 그 결과 1930년대에 대공황, 파시즘, 2차 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인류는 빠져들어갔다.
1910-30년대의 경험을 집약하며 트로츠키는 “인류의 역사적 위기는 혁명지도력의 위기로 환원된다”고 했다. 패배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고, 노동자승리의 찬란한 역사를 쓰려면 혁명적 지도력, 즉 혁명적 노동자당 건설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김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