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누더기 산업안전법 개정, 또다른 김용균이 목숨을 잃는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이 12월 11일 새벽 3시 20분 석탄을 이송하는 기계에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안타까운 죽음에 수많은 노동자, 시민들이 다시는 일하다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내가 김용균이다”를 외치며 청와대 1박2일 항의농성과 투쟁을 이어갔다. 김용균의 죽음에 사회적 공분이 일자 국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국회는 누더기법안을 통과시켰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김용균 법”을 요구했지만 그 법에 노동자의 안전은 없었다. 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인 1월 4일 화성에서 20대 젊은 노동자가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누더기 산업안전법

민주당은 산업안전법 개정으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과거보다 확대, 강화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산안법 개정의 핵심쟁점은 도급 금지였다.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급금지 범위는 개정 전과 사실상 달라진 내용이 없다. 고(故) 김용균 동지가 담당하던 업무조차도 도급 금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급 금지를 어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형사처벌에서 과징금으로 약화되어 후퇴하기도 했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

한 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2,000명이다. 이 중 대다수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다. 더럽고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는 낮은 단가로 입찰을 한다. 그 부담을 노동자에게 떠넘겼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2인 1조 작업을 혼자서 감당하게 하고, 제대로 된 랜턴도 지급하지 않았다. 외주화한 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은 자기 일
이 아니라며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갔다. 원청은 비용을 줄이고, 책임도 벗어나며 더 많은 이윤을 챙겨갔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외주화를 막아내고 모든 일터를 정규직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야 한다

모든 작업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노동안전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규직도 위험한 작업에서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매일 5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런데 이 죽음은 명백한 살인이다. 비용절감, 이윤확대를 위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장들이 살인자다. 누더기 산안법이 아니라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야 한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살인에 준해 사장을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강제할 수 있다.
사장들 그리고 이들과 밀접히 결탁한 정치인들은 기업살인법을 원하지 않는다. 산안법을 개정하는데도 기업이 망하고 경제가 어려워진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가 산안법 개정의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도 유족들과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들, 사회적 공분이었다. 결국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려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

 

현장신문 <노동자의 목소리> 1월 10일자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