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사노위 — 노조관료를 협상파트너로 끌어들여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 기구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사노위(를)…통해 사회·경제적 대안을 만들어…개혁 과제를 실현”해야 한다며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여부는 이번 달 28일에 있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가 경사노위를 통해 얻으려는 것

지금 정부와 자본가들이 경사노위를 통해 시급히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이다. 정부는 자본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행 3개월 단위로 가능한 탄력근로를 6개월에서 1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탄력근로제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은 장시간 근로로 건강을 잃거나 산업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뿐 아니라, 시간외 수당이 크게 줄게 된다.
자본가들을 위해 정부는 민주노총을 경사노위에 끌어들여 ‘사회적 합의’의 모양새를 갖추려 하고 있다. 홍기남 경제부총리는 필요하다면 민주노총에서 요구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자본가들이 요구하는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연장을 맞바꿀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췄다.
전체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부담을 떠안으면서 전국교직원노조와 공무원노조에 노동3권(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을 양보할 수도 있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물론 여기에도 일정한 조건이 붙을 것이다) 정부는 부분을 양보하고 전체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가 결정되지 않더라도 국회에서 이 두 사안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처리해 자본가들의 당면 이익과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명분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사노위는 어디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16일 신년간담회에서 “지금까지 경사노위가 논의 틀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격차해소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사노위 박태주 상임위원은 “양극화해소의 핵심은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본가들이 비용을 더 들여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시켜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고 그 비용으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약간 인상해 둘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자본가들이 임금격차 해소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주장하는 연대임금제의 목표와 방향은 후자에 속한다. 실제 현실에서 이런 목표와 방향은 전체 노동자 임금의 하향평준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처럼 정부는 경사노위가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도록 하려 한다.

노동자들이 가야할 길

자본주의 경제가 점점 더 기울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사노위와 같은 사회적 타협기구가 자본가들의 착취강화 수단이라는 것을 감추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경사노위의 본질은 금세 드러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민주노총의 관료적 지도부가 ‘사회·경제적 대안’이니 ‘개혁’이니 하는 공문구들로 환상을 조장해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의 착취강화에 스스로 협력하게 만들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관료들은 자본가와 정부의 대화파트너로서 안정적 지위를 보장받고 싶겠지만, 노동자들은 결국 계속되는 착취강화에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환상을 거부할 때만, 단결을 강화하고 투쟁에 나설 때만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