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우조선해양, 연초부터 시작된 하청노동자의 죽음

조선소의 故김용균

1월 25일, 대우조선해양 2도크에서 건조중인 탱커선에서 하청노동자 한 분이 추락사했다. 26M나 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노동자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며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파워공이었던 그 분은 아침 조회 후 전날 일하던 곳에 두고 온 장비를 가지러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왜인가?
아침조회 후 현장으로 이동했다면 분명 8시 전후였을 것이다. 하지만 재해자를 최초 발견한 시간은 오전 11시 20분경이다. 중간에 10시 쉬는 시간도 있었지만 아무도 재해자의 소재를 확인하지 않았다. 최초 발견자도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최소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재해자는 방치되었다. 이 시간동안 살아있었을 수도 있는 한 노동자는 외롭게 운명을 달리했다. 업체 관리자들은 한 노동자가 장시간 보이지 않았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평소라면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감시했을 관리자들이 말이다.
이렇게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김용균님이 외롭게 돌아가신 지 꼭 47일째 되던 날 조선소에서는 또 한 분의 김용균님이 돌아가셨다!

하청사장과 원청 대우조선의 기가 막힌 태도

함께 일하던 동료가 죽었지만 해당업체 노동자들은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가서 뉴스를 보고야 사실을 알게 됐다. 사고가 났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사람이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일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재해자의 미망인과 두 자녀들은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을 알지도 못했다. 뉴스를 보고 연락이 되지 않는 아버지가 걱정되어 여러 병원에 연락해본 다음에야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알게 됐다.
이때까지 업체사장은 사망사고가 났는데도 유족들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안전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원청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사람이 죽었는데 가족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는 자들이 평소에는 ‘우린 가족과 같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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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아침 출근시간,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동료 노동자의 사망사건에 관해 호소하고 있다.

매년 사람이 죽어 나가는 하청업체의 비밀

이번 사망사고가 난 하청업체는 (주)신동양이라는 업체다. 이 업체는 2016년에도 2017년에도 사망사고가 났다.
2016년 9월, 터치업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론지와 천정크레인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당시 업체명은 (주)신동아였으나 사장은 동일인이다. 2017년 6월, 도장작업을 위해 이동하던 이주노동자가 5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망사고가 빈발하는데도 이 업체사장은 20여 년간 업을 해왔다. 90년대에 대우조선노조의 조합원이었던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업체사장으로 변신했다. 그 후 하청노동자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사람이 죽어나가도 퇴출되지 않고 승승장구했다.
대기업 노조에는 이런 자들이 심심찮게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친회사 활동을 하며 그 대가로 하청업체를 받거나 관리자로 자리를 옮긴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사장 중 과거 조합원이었던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비용절감과 맞바꾼 안전

조선소는 사방이 위험한 지뢰밭과 같은 작업장이다. 하지만, 안전대책은 있으나마나한 보여주기식이거나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뿐이다.
이번 사고도 밀폐공간에 혼자 출입하도록 방관해서 사고가 났고, 재해자는 장시간 방치되었다. 2인1조 작업은 말로만 있을 뿐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인건비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가들은 안전규정을 지키는 것보다 벌금과 보상금이 더 싸게 먹힌다는 사실을 잘 안다.
故김용균님의 죽음으로 그나마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란 처벌조항은 그들에겐 코웃음칠 정도일 뿐이다.
작업공정과 비용절감이 우선인 조선소에서 개별 하청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다. 그나마 대우조선에 하청지회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기사 한 줄,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로 끝났을 일이 철저한 진상규명, 하청사장 처벌,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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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저녁 퇴근 시간,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동료 노동자의 사망사건에 관해 호소하고 있다.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

조선소의 사망사고 중 90%가 하청노동자에 집중되어 있다. 사실, 모든 현장에서 비정규직노동자는 상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을 받으면서도 더럽고 위험한 현장에서 일해야만 하는 이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언제나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정규직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거나 죽지 않는 것도 아니다. 위험한 일 자체가 비용절감을 위해 외주화되어 원청의 책임에서 분리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다치고 죽을 뿐이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결국 자본가들이다. 언제나 경쟁력, 비용절감을 외치며 사람의 목숨값은 하찮게 여기는 자본가들이야말로 주범이다. 일할 때는 철저하게 지시·감독하면서도 사고만 나면 ‘다른 회사’라며 발뺌하는 자들이야말로 책임을 져야 한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