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중공업노동자들에게 찾아온 기회 — 협상용이 아닌 과감한 현장투쟁의 수단으로


다시 살아나는 현장

KBS가 또다시 폭로한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 증거들 덕분에 계속 침체로 치달았던 현장투쟁이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파업 참여 조합원들의 적극성은 현장순회투쟁에서 확인됐다. 안전통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조합원들이 과감하게 현장에 들어갔다. 파업불참자들을 설득하고 그동안 억눌려왔던 분노를 현장 곳곳에 락카나 스티커로 표현하면서 사기는 더 올라가고 있었다.
사측 관리자들과 어용현장조직들도 이번만큼은 어쩌지 못했다. 노동조합을 분열시키고 무너트리기 위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자신들의 이름까지 적혀 있는 사측 공문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사측의 발 빠른 대응

현대중공업 사측은 KBS기자의 취재가 있던 날 바로 부당노동행위 관련 문건과 관련된 부서 책임자들을 인사 대기시키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동사장으로 취임한 한영석도 노동조합을 직접 방문해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전부 말뿐인 사과였고 조치였다. 없앤다던 노사부문은 조직문화혁신팀, 상생협력팀으로 이름만 바뀌고, 인사 대기했다던 자들이 그대로 자리를 차지했다. 나머지 책임자들도 징계는커녕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아무렇지도 않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현장의 노력으로 살린 기세

힘 관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살린 것은 노조지도부가 아니라 현장이었다. 적극적인 현장순회투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파업참가자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도 이번 기회에 현장을 장악해야 한다는 현장활동가들의 결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선부문 지단장들이 따로 모여 지도부에 계속적인 파업을 요구하기도 하고, 2지단은 독자파업을 실행하기도 했다. 이런 기세는 12월 12일 절정에 달했다. 지난주보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도 늘었고 현장 곳곳은 조합원들의 분노와 요구로 도배됐다. 조합원들이 쌓아왔던 울분은 폭발 직전이었고 투쟁하고자 하는 의지는 너무도 분명했다.

협상용으로 전락할 수 있는 기회

현장활동가들이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반면, 노조지도부는 임단협 연내 타결을 위한 협상용으로 폭로문건을 활용하고 있다. 현중지부는 19일부터 21일까지 연내 타결을 위한 집중교섭기간을 가지고 모든 쟁의행위를 중단했다. 이 기간 안에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상경투쟁을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강력한 현장투쟁이 아니라 파업동력을 현장과 분리시키는 상경투쟁이다!
사측은 경비대한테 집단폭행당해 폭행후유증과 트라우마를 겪는 조합원을 무단결근으로 징계하려 한다. 경비대들은 파업집회를 촬영하며 여전히 불법사찰을 시도하고 있다. 곳곳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은 멈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사측은 인사저널을 통해 지난 12일 파업을 비난하며 ‘노동조합과 개인을 특정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인사조치할 방침’이라고 공개적으로 협박했다. 이것이 말뿐인 사과로 일관하며 조합원은 각종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사측의 본심이다.

현장의 힘만이 답이다

이번 기회를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최소한 부당노동행위자는 철저하게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현장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사측 조직을 철저하게 무너트려야 한다. 야금야금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탄압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유리한 협상용카드가 아니라 강력한 현장동력이다.
투쟁을 회피하고 무난한 노사관계를 원하는 자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지 말자. 교섭에 방해되는 현안문제를 최대한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에게 노동조합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