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부를 한 발 물러서게 한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gilets jaunes.jpg

“정부가 배고픔을 아느냐”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불린 마크롱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친환경을 내세워 디젤에 대해 유류세를 올리겠다고 하자, 11월 17일부터 토요일마다 노란 조끼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랑스 직장인의 1인당 평균 월급은 1,710유로(약 220만 원)인데, 물가가 올라 실질임금이 줄었다. 적지 않은 노동자가 음식을 살 돈이 없어서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청년 실업률은 유로존(17.3%) 국가보다 높은 21.5%나 된다. 상위 1%가 경제적 부의 20% 이상을 독식하는데도, 마크롱은 부유세를 삭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유류세를 올린 건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결정타)였다. 노란조끼에 대한 TV토론에서 어느 시청자는 “정부가 배고픔을 아느냐”고 따끔하게 질타했다.

대규모 시위와 마크롱의 양보

많은 시위 참가자에게, 이번 시위는 생애 첫 집단행동이었다. 집회는 평상시처럼 노조나 정당이 아니라 민중이 직접 조직했다. “분명한 조직자가 안 보인다”고 정치인들이 얘기한 건 사실 이 운동을 끝낼 협상 파트너가 안 보인다는 점을 애통해한 것이다.
마크롱 정부는 노란조끼 시위 3주 만인 12월 5일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크롱의 양보는 너무 늦었다. 이미 시위대의 요구는 교육, 복지, 노동 등 거의 전 분야로 번지고 있었다.
가령, 프랑스 전역의 수백 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그들은 입시경쟁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교육개악에 분노했다.
마크롱은 다시 12월 10일 몇 가지 양보안을 더 내놓았다.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을 100유로(약 128,000원) 인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일부 저소득층을 위한 활동수당일 뿐 법정 최저임금(SMIC) 인상이 아니다. 그리고 자본가들에게 어떤 비용도 부담시키지 않는다. 국가가 부담할 뿐이다. 다시 말해 세금 형태로 노동자들의 왼쪽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 넣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마크롱은 노란조끼 시위대의 요구인 부유세 복원도 거부했다. 그래서 “우리는 빵부스러기가 아니라 바게트빵 전체를 원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편, 노란조끼 시위는 다른 유럽 나라들과 북미, 아프리카 대륙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역할

수십만 노란조끼 시위대의 결의가 정부를 한 발 물러서게 했다. 이런 시위는 어떤 협상, 어떤 국민투표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노란조끼 시위만으론 부족하다. 노동자들이 자기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파업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번 세금반란이 기업 규탄 투쟁으로 바뀌는 걸 원치 않는다.”고 프랑스 자본가단체 메데프 회장이 얘기했다. 이것은 프랑스 사회 진짜 주인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노동자들이 자기 머리를 치켜들까봐 두려운 것이다.
물가인상에 맞서 임금, 연금, 수당의 전반적 인상을 요구하고 정리해고와 공장폐쇄 등에 맞서 파업하는 것, 이것이 노동자들이 자기 미래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것이 경제에 대한 자본가들의 독재에 맞설 수 있는 중요한 전망이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