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재인 정부가 직무급제를 밀어붙이는 까닭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면서 내년부터 공공기관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전면화하겠다고 밝혔다. 직무급제 적용 대상 공공기관을 내년까지 추리고 임금 정보와 직무 분석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노동사회위원회에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위원회도 설치하겠다고 하고 있다.

직무급제가 뭐지?

직무급제란 일의 난이도·업무강도·책임 정도에 따라 임금을 주는 방식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연공급제(호봉제)가 비정규직 차별과 임금격차를 확대했다며,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통한 임금 격차 완화와 임금 공정성 확보가 가능”할 거라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문재인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은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근속연수가 적다는 이유로 더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한 임금체계를 만들려는 것처럼 보인다.

직무급제=공정한 임금?

직무급제가 정말 공정한 임금을 보장해 주는 걸까? 정부가 내놓은 ‘표준임금모델(안)’을 살펴보자. 작년 말, 정부는 정부청사관리본부와 행정안전부에 근무하는 청소, 경비, 시설관리, 사무보조 등 3,076명의 비정규직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이들을 별도직군으로 묶고, 별도직군에게 적용되는 ‘표준임금모델(안)’을 내놓았다. 6단계로 구분된 이 임금체계는 급여 기준이 최저임금이고, 15년을 일해 최고 승급으로 올라도 최저임금의 1.4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7급 직무를 보면, 1단계 200만원으로 시작해 근무성적평가 우수자로 매번 발탁되어 가장 빠르게 승진해 15년 뒤 최고등급으로 올라가도 겨우 245만원을 받게 된다.
정부의 표준임금모델보다 더 후퇴된 임금체계를 도입한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새롭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의 임금이 하청업체에서 일할 때보다 월 70여만 원 삭감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게다가 승급규정이 없어 근속과 숙련도와 상관없이 평생 최저임금만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며 임금의 공정성을 부르짖지만 직무급제가 보여주는 현실은 낮은 직무 등급에 속한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고착되도록 만든다.

직무능력을 누가 어떻게 평가할 건가

정부는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직무 분석과 평가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미 경험해 왔듯이 성과평가나 직무평가라는 칼자루를 자본가들과 관리자들이 쥐는 순간 자신들의 통제력을 확대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과 분열을 확대하는 데 사용할 것이 뻔하다.
임원 및 관리자들의 업무는 고임금 직군으로, 노동자들의 업무는 저임금 직군으로, 생산과 사무, 직접생산과 간접부서, 여성과 남성 등 직무의 구분은 차별로 고착되고 노동자들의 단결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

직무급제를 도입하려는 자본가들의 의도는 분명하다. 우선, 노동자들 임금의 하향평준화다. 이미 자동차와 조선소 등 대공장 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삭감 및 개편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까지 나서서 직무급제를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전 산업으로 확대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묶어두려는 의도다.
자본가들의 이윤과 노동자들의 임금은 항상 충돌해왔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에 손대어 자본가들의 이윤을 지키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임금이란 말을 앞세워 그럴 듯하게 포장하지만 결국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적게 주고 싶을 뿐이다.
자본가들이 만들어놓은 총액임금이라는 틀 안에, 직무라는 구분선 안에 갇혀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다.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을 쟁취하지 않고서는 인간다운 삶이란 불가능하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