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엇이 광주형 일자리를 좌초 위기로 몰아가나?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사실상 무산되었다고도 하고,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다고도 한다. 광주형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가 부족한 경제 불황 상황에서 자본가들과 정부가 어용관료들을 앞세워 최악의 노동조건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처음부터 사실상의 ‘갑’인 현대차 자본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달리 말해, 이 사업이 현대차 자본에게 ‘이윤을 보장할 것인가’에 달려 있었다.

최악의 임금조건을 요구하는 현대차 자본

현대차 자본과 광주시의 광주형 일자리 협상에서 근접한 합의안은 주 44시간 노동에 연봉 3,500만 원, 5년간 임금과 단체협약을 유예(동결)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 달에 두 번, 1년에 스물 네 번의 특근을 하고 받는 임금이 3,500만 원이라는 뜻이다. 이 정도면 최저시급에 연 400%의 상여금을 받는 수준에 불과하다.
웬만한 자동차 부품업체 노동자들도 이 정도는 넘게 받는다. 모닝과 레이를 생산하는 기아차의 OEM(주문자생산방식) 공장인 동희오토의 노동자들도 이보다는 더 많이 받는다.
공장이 지어지고 실제 가동되는 때가 2년 후라면, 사정은 더 악화된다. 2년 후라면, 그동안 최저시급이 더 오를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합의안, ‘주 44시간 기준의 연봉 3,500만 원’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추락한다.
여기에 다시 5년간 임금과 단체협약을 유예(동결)한다면, 5년 동안 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임금조차도 보장되지 않는 최악의 조건에서 일해야 한다. 더군다나 5년 동안 임금과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단체협약권을 완전히 무시한 불법이다. 이것이 한국노총의 어용 관료들조차 이 합의안에 반대하는 이유다.

사장들의 목표

사장들의 목표는 최대 이윤이다. 그 사업이 아무리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실업자들을 위한 대규모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기업가들은 그것이 이윤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 사업에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
광주에 지으려고 하는 경차 공장에 현대차가 투자하겠다는 자본은 겨우 530억 원밖에 안 된다. 그것도 OEM(주문자생산방식) 공장이어서 현대차 자본은 그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530억 원까지만 책임지고 철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내 경차 수요가 연간 13만대에 불과하고, 자체 경차 생산시설(연간 40만대)도 남아도는 마당에 연간 10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과잉에 과잉을 더하는 꼴이다. 아무리 530억 원에 불과하다 해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확장되기는커녕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이런 전망 없는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기업가는 정신 나간 기업가일 것이다.
더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가고, 정규직의 고용이 확대돼 인건비가 더 많이 들어가도, 자본주의 경제가 좋아져서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어 확실히 이윤이 보장된다면, 현대차 자본은 물론 모든 사장은 기꺼이 투자에 나서려고 할 것이다. 투자할 자본이 부족하면 은행에서 빌려서라도 투자에 나설 것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자본주의 경제가 장기적인 침체 상태를 벗어날 기미가 없고,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실업자들이 연봉 3,500만원보다 더 저렴하게 일하겠다고 하더라도, 비록 530억 원밖에 투자되지 않은 OEM 공장이라고 하더라도, 현대차 자본이 이윤이 남지 않은 사업에 투자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투자하는 사장들은 없기 때문이다.

근본 원인, 이윤 위한 자본주의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윤을 위해 돌아가는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이 현대차 자본으로 하여금 새로운 일자리를 요구하는 모든 이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임금이 더 싸고, 노동조건이 더 안 좋아도 투자를 망설이게 만든다. 문제는 자본주의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