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정규직 제도, 자본주의가 태안화력 김용균을 죽였다

돈에 눈먼 자본가, 죽어서도 버림받는 노동자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김용균님은 11일 오전 3시 20분께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머리와 몸이 분리된 채 발견됐다. 이렇게 노동자가 끔찍하게 죽었는데도 사측은 사건을 은폐하려고 1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언론과 접촉하면 징계하겠다’며 입단속에 나섰다.
그리고 원청 관리자는 시신 수습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라고 지시했다. 동료 노동자는 “우리를 사람으로 안 보는 것 같다. 사람이 죽어 수습하고 있는데, 언제 기계를 다시 돌릴 수 있냐고 독촉했다”고 폭로했다.
이윤밖에 모르는 자본의 눈먼 탐욕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13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LG 유플러스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다치거나 옥상에서 떨어져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관리자에게 보고하면, 관리자의 첫마디는 “얼마나 다쳤어?”가 아니라 “나머지 일은 어떻게 해? 내일은 출근할 수 있어?”다.

죽음의 외주화, 피범벅 비정규직 제도

  김용균님이 하던 일은 원래 정규직이 했던 일이었다. 외주화가 이뤄지면서 2인 1조 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됐다. 원청은 제일 싼 값에 입찰하는 하청업체에 도급을 준다. 그러니 하청업체는 인건비가 부족해 2인 1조 작업 원칙을 지킬 수 없다. 결국 외주화와 비정규직 제도는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을 수밖에 없다. 2010~2018년에 태안화력에서만 모두 12명의 하청노동자가 죽었고, 2012~2016년 346건의 발전소 사고 중 97%(337건)가 하청노동자가 죽거나 다친 사고였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태안화력이 무재해 사업장으로 지정됐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숱하게 죽어 가는데도, 그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소속일 뿐 태안화력 소속(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태안화력은 무재해 사업장 인증을 받고, 보험을 감면받았다. 이런 뻔한 속임수와 뻔뻔한 책임 회피를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본가들 편이라 자본가들의 살인을 계속 모른 체해 왔다.

악어의 눈물 흘리는 문재인 정부

  태안화력 참사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문재인 정부는 부랴부랴 희생자를 애도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참사는 문재인 정부한테도 큰 책임이 있다.
김용균님의 어머니는 이렇게 얘기하셨다. “우리 아들이 (하청회사에) 들어간 것은 고용이 안 됐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서류 내며 반년 이상 헤맸다. 대통령께서 고용 책임지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지만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청년실업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크게 떠들었지만, 온전한 정규직화를 철저히 가로막았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김용균님 같은 청년노동자들을 비정규직 노예로, 죽음의 외주화 늪으로 몰아넣었을 뿐이다.

이윤제일이 아닌 안전제일인 세상

  자본주의 사회는 이윤이 우선이라 안전은 항상 뒷전이다. 이번 태안화력 참사와 판박이인 2016년 6월 구의역 참사 이후 기업살인 처벌법, 위험하도급 금지법 등 여러 법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 된 채 오랫동안 잠자고 있다. 지금 자본가들의 국회는 과로사를 부를 탄력근로제 확대 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노동자들의 안전은 자본가들의 국회를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참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안전제일이 아니라 이윤제일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도 산재로 수없이 죽는다. 가령, 철도에서는 2017년에만 세 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선로 보수, 열차 연결 작업, 열차 시험운행 도중 죽었다. 따라서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지 않고 맘 편하게 일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단결해서 ‘죽음의 외주화’, ‘죽음의 자본주의’에 맞서야 한다.
김용균님은 사망하기 얼마 전에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투쟁했다. 노동악법을 없애고,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산재를 추방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이 세상의 주인이 될 때만 완전히 실현할 수 있다. 이제 그가 못다 이룬 꿈을 살아남은 우리 노동자들이 이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