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을 위해서?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


가을철이 되자 미세먼지가 시민의 목구멍을 강타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디젤자동차를 지목하고 있다.

새 차를 사라고?

저녁시간 뉴스가 시작되자 오늘 내내 미세먼지로 괴로웠던 시민들이 하소연한다. 뒤이어 꽉 막힌 도심의 교통정체를 보여주며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디젤승용차를 지목한다. 앵커는 지난 십여 년간 디젤승용차를 팔아온 자동차 산업에 공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따지지 않는다. 디젤승용차를 사라며 맞장구를 쳐줬던 정부의 잘못을 파헤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오늘은 대도시에 노후 경유차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당부하거나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유럽 국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뉴스가 끝나면, “도로 위를 달리는 공기청정기, 수소전기차”라는 현대자동차의 광고를 내보낸다.

뛰어난 연비의 OOO 디젤 출시!

마치 새 전기차를 사야만 세상의 공기가 깨끗해질 것처럼 언론은 떠든다. 지난 십여 년간 자동차 회사들은 디젤 승용차를 구입하라고 부추겼다. 자동차 광고를 살펴보면 “친환경 디젤”, “경제적인 디젤”과 같은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2005년, 정부는 그동안 금지돼 있던 디젤 승용차 판매를 허가했고, 2010년부터는 디젤 차량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주고 저공해차량 스티커를 발급해주며 디젤 승용차 구입을 권장했다.

뒤통수

그러나 도로를 달리던 수많은 디젤승용차가 배출가스 정기검사에서 불합격 딱지를 받는다. 십 년도 채 되지 않은 디젤승용차들은 값비싼 비용을 내고 매연정화장치를 수리해야 하거나 중고차 값을 넘어서는 수리비 때문에 폐차장으로 보내진다. 그 차의 주인들은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며, 이들은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휘발유차에 비해 몇백만 원 비싼 가격을 내고서 경유차를 구입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디젤차에 달린 여러 가지 배출가스 정화장치가 수십~수백만 원에 이르는 값비싼 부품이며 생각했던 것보다 자주 고장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서 차를 팔아치웠다. 정부당국은 운행 중인 차량의 배출가스검사 기준을 해가 갈수록 대폭 강화해 정기종합검사에 통과하기 어렵게 만들고, 경유세 인상을 검토하며 새 승용차를 사라고 유도한다. ‘디젤차 문제’의 해결비용을 자동차 산업의 자본가들이 아니라 자동차를 구입했던 노동자계급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

새 차가 아니라 편안한 통근대책을

이른 시간부터 미어터지는 대도시의 출근 열차 때문에 승용차는 필요하다. 일터로 가는 버스를 지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지방 공업도시에서 승용차는 더더욱 필요하다. 집값이 비싸 도시 경계를 넘어 출근해야 한다면 승용차는 필수에 가깝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새 차를 구입할 수천만 원의 비용을 떠안고 싶지 않다.
자가용을 주차장에 세워두고 쾌적한 도시철도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새 차를 구입할 필요도, 디젤차의 배기가스가 하늘을 가득 채울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이런 일은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를 비롯한 자본가들은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고, 그들의 정부는 노동자 민중의 건강을 자본가들의 수익보다 항상 뒷전에 두기 때문이다.

권오덕